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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책 쓰는 루마니아 감옥…수감자들이 저서에 목 매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루마니아에서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갇힌 정치인들이 형기를 줄이기 위해 수감기간 동안 열심히 책을 쓰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판은 "루마니아의 부패한 정치인들이 형기를 줄이기 위해 책을 찍어내다시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루마니아에서는 감옥에 있는 동안 저작활동을 하게 되면 저작 활동 1건당 형기가 30일씩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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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전 총리]

이 때문에 루마니아에서는 재벌들이나 정치인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저술 활동에 골몰한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전직 총리인 아드리안 나스타세, 전 부총리 출신인 게오르게 코포스 등이 현재 복역 중이다.

부패 정치인들에게 한 가지 시련이 있다. 바로 컴퓨터다. 루마니아 감옥에서는 수인들이 컴퓨터를 반입하는 게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책의 초고는 반드시 펜과 종이로만 쓰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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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게 코포스]

루마니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감옥에 갇힌 정치인들이 직접 쓰든, 고스트 라이터를 동원하든 간에 수기(手記)로 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게오르게 코포스 전 부총리는 중세 시대 루마니아 통치자들의 혼인관계에 관한 책을 썼다. 또 대중가수 출신으로 현재 복역중인 룹사는 줄기세포에 관한 책을 썼다.

책을 쓰면 형기를 줄일 수 있는 이 독특한 제도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형기를 줄이는 혜택을 누렸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복역선배(?)중에 모범사례가 있긴 하다. 2002년 루마니아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은 미국의 한 사학자는 옥중에서 드라큘라에 관한 저서를 집필한 공을 인정받아 조기 출소했다. 미국인 사학자 커트 W 트렙토는 2002년 10세 및 13세 소녀들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돼 징역 7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2003년~2006년 교도소 안에서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인 블라드 테페쉬의 생애를 다룬 『블라드 드라큘라의 인생과 시대』라는 책을 써서 원래 형기보다 2년을 줄인 2007년에 감옥서 풀려났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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