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中動의 이치,그리고 逆行의 행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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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1국
[제2보 (19~33)]
白.金 主 鎬 3단 | 黑.安 祚 永 7단

안조영7단은 마치 도학자처럼 수양이 잘된 청년이다. 기풍도 두텁고 거의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만은 어딘지 모르게 초반부터 전력질주하는 느낌이다.

좌변의 철저한 실리전법도 그렇고 19와 21로 연속 걸쳐간 수도 그렇다.이 판에 도전권이 걸렸다고 느끼자 호흡이 급해진 것일까.

김주호3단의 바둑은 수읽기를 주전공으로 하는 두터운 바둑. 그는 21의 발빠른 도전에 산보나온 사람처럼 느릿하게 22로 받아둔다. 기분같아선 사납게 협공하고 싶은 자리인데 꾹 참아둔 것이다.

이 수를 놓고 검토실은 논의가 분분하다. 이 자리와 22의 협공 중에서 어느 쪽이 정답일까.

임선근9단은 '참고도1' 백1로 협공하면 흑은 2로 파고드는 게 보통인데 이 경우 백11로 붙여 공격하면 우변 일대가 화려해진다고 한다.검토실은 대체로 협공론자들이 우세하다.

안조영의 23, 25와 그 이후의 작전에 대해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너무 서두르고 있다. 돌이 역행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엷다"는 얘기였다.

검토실에선 단순히 '참고도2' 흑1로 두는 수가 가장 함축적이고 조화로운 수법일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진다.

이렇게 중심을 잡은 다음 흑▲ 한점은 상대의 공격방향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정중동(靜中動)의 이치에 부합한다는 얘기였다.

23 뛰어놓고 25로 바짝 다가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백이 26으로 두텁게 진출하자 흑은 갑자기 양쪽이 급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득이 27, 29로 밀고나갔으나 이런 행마는 소위 수레의 뒤를 미는 행마로써 힘은 많이 드는데 소득은 적다. 프로가 금기로 여기는 역행의 행마인 것이다.

31, 33은 근거를 잡으려는 수. 백은 A와 B중 어느 쪽으로 두는 것이 정답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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