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보셨나요? 볼케스, 눈물의 호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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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케스

가슴에 아버지를 품고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투수 에딘손 볼케스(32·도미니카공화국)가 부친상을 당하고도 선발투수로 나와 팀에 승리를 안겼다.

월드시리즈 캔자스시티 선발투수
1차전 직전 부친상 당하고도 출전
14회 짜릿한 역전승 디딤돌 놓아

 캔자스시티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5-4로 역전승했다. 캔자스시티는 3-4로 뒤진 9회 1사 알렉스 고든이 동점 솔로홈런을 때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4회 말에는 에릭 호스머가 무사 만루에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려 결승점을 뽑았다.

 경기 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은 캔자스시티 선발투수 볼케스에게 쏠렸다. 그의 아버지 대니얼 볼케스(63)가 불과 몇시간 전 심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볼케스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아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볼케스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보를 듣고서도 볼케스는 꿋꿋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는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다. 6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하고 교체된 볼케스는 1-3으로 뒤진 6회 말 타자들이 동점을 만들면서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메츠가 자랑하는 에이스 맷 하비(6이닝 3실점)와의 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볼케스는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신시내티에서 뛰던 2008년 17승을 올리며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방출이나 트레이드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최고 시속 157㎞의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13승을 거둔 볼케스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6번째 팀인 캔자스시티에 둥지를 틀었다. 빅리그 생활 11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나선 볼케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비보를 접하고도 멋진 투구로 1차전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볼케스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취재진을 만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이날 12회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캔자스시티 투수 크리스 영(36)도 한 달 전 부친상을 당했다. 암 투병중이던 영의 아버지는 지난달 27일 세상을 떠났다.영은 4차전 선발로 나선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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