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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고향 버리고 유럽행 난민길 오른 105세 아프간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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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뉴시스]

105세라는 고령의 나이로 고향 아프가니스탄을 버리고 유럽행 난민길에 오른 할머니의 사연을 A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북부 도시 쿤두즈 출신인 비비할 우즈베키(105) 할머니는 지난 9월 가족들과 함께 난민 행렬에 몸을 실었다. 전쟁과 가난을 피해 아들(69)과 손자(19)를 포함한 일가 친척 17명과 고향을 떠나 서유럽으로 향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쿤두즈는 최근까지 이슬람 무장조직 단체 탈레반의 요충지로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쿤두즈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미군의 공습을 받아 의료진과 환자 3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우즈베키 할머니는 20일 동안 산과 바다, 사막을 거쳐 마침내 27일 크로아티아 국경 마을 오파토바츠에 도착했다. 쿤두즈부터 오파토바츠까지의 거리는 6000㎞. 거동이 불편한 우즈베키 할머니는 때로는 60대 아들과 손자에게 번갈아 업히면서 이동해야만 했다. 이날 오파토바츠의 난민촌에 도착할 당시 할머니는 들것에 실려 녹색 스카프와 갈색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넘어지면서 머리와 다리를 다치고 상처도 생겼다”며 “우리는 많은 고생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멀쩡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할머니는 손을 떨었다. 할머니의 서류를 확인한 크로아티아 현지 경찰은 가족들의 주장대로 “우즈베키는 105세가 맞다”고 확인했다. 지난 9월 말에는 자신이 110세라고 주장하는 아프간 난민 압둘 카디르 아지지가 독일에 도착했다. 아지지는 최고령 난민으로 추정되지만, 그는 자신의 출생연도를 증명할 공식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만 하루가 안되는 짧은 휴식을 취한 우즈베키 할머니는 이날 또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손자 무함마드는 슬로베니아로 향하는 기차에 할머니를 태웠다. 그는 “우리 가족이 원하는 최종 목적지는 스웨덴”이라고 밝혔다. 크로아티아 적십자 직원들은 우즈베키 할머니와 가족들을 배웅하면서 “할머니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고 축복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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