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계 최대 육류수출국 호주, "가공육을 담배와 비교하는 건 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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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가 “햄·소시지 등 가공육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표에 발끈하고 나섰다. 다른 나라의 육류 관련단체들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버나비 조이스 호주 농업장관은 27일 국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가공육을 담배와 같은 1급 발암물질과 비교하는 건 코미디”라며 “소시지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대장암으로 죽을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호주 육류산업 연구·개발기관인 ‘미트 앤 라이브스톡 오스트레일리아’도 이날 “붉은 살 육류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식품”이라며 IARC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내 “쇠고기나 양고기 같은 붉은 살 육류는 철분과 아연, 비타민B12, 오메가3 등 신체와 두뇌활동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공급한다”며 “가공육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기보다 균형잡힌 식단을 권장하는 것이 암 예방에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육류 소비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세계암연구기금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8번째로 대장암 발병률이 높다. 호주 암학회도 붉은 살 육류와 가공육이 대장암 발병과 관련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북미육류협회(NAMI)도 이날 “IARC의 연구결과는 데이터를 쥐어짜내 특정 결론으로 조작한 것”이라며 비난성명을 냈다. 베스티 부어런 NAM 부회장은 “가공육 소비 최상위권인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기대수명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콩식음료협회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IARC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어떤 첨가물이나 보존제가 직접적인 발암물질로 작용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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