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걸을 수 있는 공간” vs “확실한 교통 대책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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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고가는 서울시 계획대로 ‘공중(空中) 정원’이 될 수 있을까. 경찰은 고가 폐쇄의 필수 절차인 교통안전시설 심의를 두 차례 보류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심의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국토교통부에 노선변경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도 ‘11월 폐쇄’ 계획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시민들은 고가 공원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역 일대 주민·상인 등 6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역고가 공원, 시민에게 묻다
“두 번이나 안전 D등급” 폐쇄 찬성
“서울역 노숙인들 몰릴 우려” 반대
“지역엔 활력, 임대료는 올라” 중립

 - 고가 폐쇄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지민철=“대체고가든 신호체계 개선이든 확실한 교통대책이 마련된 뒤 폐쇄해도 늦지 않다. 서울역고가가 없어지면 남대문시장에서 만리동까지 10분이나 더 걸린다고 한다.(본지 7월 27일자 10면) 누구는 ‘겨우 10분’이라고 하지만 동대문~만리동을 하루 10차례 이상 왕복하는 퀵서비스 기사들은 100분 이상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매출은 20%가량 줄어들 것이다.”

 ▶윤태환=“더욱 중요한 건 안전 문제다. 고가 폐쇄는 불가피하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를 타고 서울역고가를 자주 넘어 다녔다.(※2009년 3월 버스 통행 금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두 번이나 받은 데다 지난해 초 콘크리트 바닥판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불안감을 느꼈다. 고가가 사라져도 교통 체증은 심하지 않을 것이다. 우회로인 염천교·서울역 교차로의 신호 체계를 개선하고 시내버스 등을 늘리면 되지 않겠나.”

 - 고가 공원화가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김명진=“마음껏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고가 공원이) 꼭 필요하다. 서울역 롯데마트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바로 눈 앞에 있는 거리(300~400m)이지만 걸어서 가기가 매우 힘들다. 무거운 짐을 들고 육교와 횡단보도를 몇 번씩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근접 생활권에 있는 공간인 남산·명동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백경석=“관광객들이 몰려오기는커녕 서울역 광장에 있던 노숙인들이 (고가 공원에) 자리를 잡으면서 흉물처럼 될 것 같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일본·중국인들이 타고 오는 관광버스의 주차 공간이 줄면서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 거라고 말한다.”

 ▶이창섭=“고가 공원은 낙후된 서울역 서부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다. 2008년 북부 역세권 사업 개발이 발표되고 뉴타운 붐이 일면서 이 지역 사람들에겐 ‘우리도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모든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서울역은 대한민국 수도의 관문으로 유동인구가 40만 명에 달한다. 고가 공원이 서부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되살릴 것이다.”

 ▶권기호=“지난해 가을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 근사한 카페가 들어섰다. 거리에 활력이 생긴 것 같아 다들 좋아하지만 걱정도 든다. 서울시 말대로 고가 공원에 사람들이 몰리면 이런 가게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고,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해 온 우리들은 밀려날수 있다.”

 - 시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나.

 ▶백경석=“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시에 봉제산업 지원센터를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매번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1년 남짓한 동안 담당 공무원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센터의 필요성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우리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김명진=“지난 19일 중구청이 서울역 주변에 걸린 공원화 찬성 현수막 6개를 마음대로 철거해 버렸다. 반면에 같은 자리에 있던 공원화 반대 현수막은 그대로 남겨뒀다. 구청은 상인회 같은 힘있는 조직이나 단체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공원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주민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정리=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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