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7% 성장 말한 적 없다” … 하향 조정 분위기 띄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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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최고 전략회의가 시작됐다.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26일 개막했다. 중앙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최고 의결기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당 최고 지도부와 중앙위원 및 후보 위원 350여 명이 참석한다. 오는 29일까지 나흘 동안 비공개로 토론한다. 핵심 의제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규획·2016~2020년)’이다.

3분기 성장률 6.9%로 부진하자
경제정책 담당자들 한 발 물러서
“향후 3~5년간 6~7% 성장률 유지”
최고전략회의서 목표 수정 관심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에 만들어질 5개년 계획이 시진핑의 진짜 경제 전략이라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이날 전했다.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은 시진핑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작품이었다. 사실상 후진타오가 짜놓은 경제 전략을 시진핑이 넘겨받아 집행한 셈이다.

 이번 회의 최대 관심은 성장 목표(현재 연 7%) 하향 조정여부다. 이미 올 3분기에 성장률(6.9%)은 목표를 밑돌기 시작했다. 톰슨로이터는 “1990년 이후 실제 성장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 일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불균형 성장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기업의 순이익과 밀접한 공장 출고가(생산자 물가)는 장기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그 바람에 중국 성장률이 곧 개선될 것같지도 않다. 서방 투자은행들은 중국 성장률이 올해 6.8%에서 2017년 6.3% 정도까지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시진핑이 주도하는 13차 5개년 계획의 초기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쯤되자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리커창은 23일 중앙당교에서 있었던 중국경제 강연에서 “우리는 어떤 성장률(7%)를 사수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고 경제 성장이 합리적 구간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도 24일 “중국이 향후 3∼5년간 연간 6∼7%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6% 성장률을 거론했다. 5중전회를 앞두고 나온 리커창과 이강의 발언은 서방 전문가들에게 성장 목표를 낮추기 위한 분위기 잡기 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냉전 시대 베이징 속내를 서방에 전달하는 창구였던 홍콩 명보(明報)는 “향후 5년간의 성장률 목표치를 6.5%로 낮추라는 전문가들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다”며 “이번 5중 전회를 통해 7% 이하의 중·고속 성장 유지한다는 당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최근 전했다.

 중국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현재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 진입과 무관하지 않다. 시진핑이 지난해 5월 ‘신창타이’를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수출과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서 ▶내수와 서비스▶혁신과 창조의 기업 육성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은 효과가 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금리와 자본자유화를 통한 금융개혁▶투자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도성장의 상징인 7%대 성장목표를 낮추기 위한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성장목표를 낮추지 않을 수도 있다. 후안강(胡鞍鋼) 칭화(淸華)대 국가정세연구원장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한다는 13·5 규획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6.6~7.4%의 성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시진핑과 리커창이 연간 7%란 성장 목표를 6.5% 정도 낮추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대신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연 7%’와 같은 명시적인 성장목표를 제시하는 대신 다소 추상적인 말로 성장 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톰슨로이터).”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의 장기 국가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의 구체적인 추진 정책과 산둥(山東)성과 랴오닝(遼寧)성을 잇는 세계 최장의 보하이(渤海) 해협 해저터널 (125㎞·건설비 33조 6000억원 추정) 건설 프로젝트 등이 확정된다. 또 반부패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군 개혁방안도 마련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강남규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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