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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극심한 물 부족 LA…물 많이 쓰면 패가망신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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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물 절약 메시지가 뜨고 있다. [AP=뉴시스]

돈이 많다고 물을 펑펑 쓸 수 없다. 공산주의 국가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그것도 서부의 중심도시 로스앤젤레스(LA)다. 캘리포니아주는 4년째 가뭄과 전쟁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물청소와 세차를 제한하고 잔디밭에 주는 물도 자제령을 내렸다. 골프장에 잔디도 물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절수형 식물로 바뀌고 있다. 클로비스 지역에서는 여름 동안 잔디 살수 위반에 대해 벌금 총액이 50만 달러(5억 6700만원)에 달했다. 주 정부는 지난 4월 산하 기관에 물 사용량을 4분의 1 이상 줄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167년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엔 일부 부촌 지역에서 경고를 무시했다. “쓰는 만큼 돈을 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LA 수도전력국이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가구별 물 소비량을 계산한 결과 상위 1%에 포함된 가구가 많은 지역은 부자 동네인 웨스트우드·베벌리힐스·브랜트우드·벨에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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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지역의 가뭄 현황(7월). [자료= 미국농업연구청]

LA 수도전력국은 경고 서한을 발송했지만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인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의회에서 ‘물 낭비자를 발표하라’는 공개 독촉이 나오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사대’까지 동원하자 고민에 빠졌다. 비영리 언론기관인 탐사보도센터는 캘리포니아주의 상위 365 가구가 최근 1년 간 278만5000L의 물을 썼다는 걸 폭로했다. 1가구가 평균 76만L 이상을 쓴 것이다. 보통 가구의 한 해 물 소비량(7만6000L)의 10배를 쓴 것이다. 한국 산림청이 운용하는 산불 방지용 초대형 헬기 S-64E의 물탱크 용량이 1만L라는 걸 감안하면 캘리포니아주 부유층의 물 소비는 지나치다 할 수 있다.

시민단체 ‘헌법1조 수호 동맹’의 피터 쉬어 대표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LA 수도전력국이 물 낭비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건 낭비자들이 대부분 부자이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시민 활동가 트레이시 퀸도 “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말리부에 있는 저택 내부의 조경 사진이 공개되자 물 낭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물 낭비자 명단 공개는 절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클랜드 인근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이스트베이 도시공공국에서는 이미 ‘물 낭비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인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사장도 포함됐다. 빈 사장은 지난주 오클랜드 댄빌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LA 서부 부촌지역에는 엘런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대기업 총수와 제니퍼 애니스톤, 베리 고디 등 유명 연예인들이 살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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