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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검찰, 17억원 연구비 가로챈 환경전문기업 대표·교수 등 8명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의 환경기술개발사업을 따낸 뒤 사업에 관한 실험결과를 조작해 실패한 연구를 성공한 척 추진하며 십수억원의 정부지원금을 타낸 환경전문 중소기업 대표와 대학교수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재빈)는 2012∼2013년 환경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실험결과를 조작해 정부지원금 17억원을 타내고 일부를 빼돌려 회사 운영자금으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사기 등)로 환경전문 중소기업인 A업체 대표 김모(57)씨를 구속 기소하고 서울시내 사립대학 박모(55) 교수와 A업체 임직원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수행한 연구과제는 환경부가 인도네시아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추진하는 고효율 폐수처리시설 지원사업이었다. 기름야자 열매에서 팜유를 추출할 때 나오는 폐수에서 유기물을 99%까지 제거해 폐수의 퇴비 처리를 용이하게 만드는 사업이었다고 한다. A업체는 2010년 고효율 폐수처리시설 지원사업을 수주해 박 교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박 교수와 업체 측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모형 폐수처리시설을 만들어 1년 넘게 실험을 진행했음에도 유기물 제거 효율을 93% 이상 올리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폐수처리 효율이 높게 나온 실험 결과만 짜깁기하거나 오염도가 낮은 폐수로 실험하는 등의 수법으로 실험 데이터와 보고서를 조작해 99% 효율을 달성한 것처럼 환경부에 보고했다.

조작 혐의를 포착한 감사원이 지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이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고작 6시간 동안 진행한 실험결과를 6개월의 실험결과로 위조하거나 기존 기술을 활용했을 때와 비교해도 수치가 훨씬 낮게 나왔지만 이를 높게 나온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박 교수가 지난 5년간 자신의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국가가 지원한 인건
비 4억5000만원 가량을 공동 통장으로 관리하고 재분배하면서 자신의 연구실 운영비로 써온 혐의도 드러났다. 또 A업체가 2011∼2012년 다른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던 중 정부 지원금 1억7000만원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횡령한 사실도 새롭게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분야 교수까지 정부출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할 만큼 연구개발 분야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면서 “재정·조세범죄 수사팀에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승기·조혜경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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