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본고장 美에 國産 토플책 팔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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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 출판사가 토플책을 개발해 영어권으로 수출하겠다니까 주위 사람들도 처음에는 믿질 않더군요."

올 4월부터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닷컴에서는 한국산 토플 교재 '인사이더' 등 네종이 팔리고 있다. 두달 만에 8천부 넘게 나갔다. 한국 업체가 토플 교재를 자체 개발한 것도 처음이지만, 영어 본고장 미국에 토플 교재를 수출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 교재를 개발한 출판사 링구아포럼의 김성수(48.사진)사장은 "2000년 10월 토플 시험 체제가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방식(CBT)으로 바뀔 것에 대비해 미리 교재를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링구아포럼은 99년부터 미국인 등 영문학 석사 이상 연구원 35명을 동원해 2년반을 매달려 교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또 김사장은 "토플 주관사인 미국 ETS의 개발 방식을 벤치 마킹해 질 높은 문제를 만든 것도 성공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ETS 방식이란 연구원들이 유형별로 만들어낸 문제를 미국인들이 실제로 풀어보면서 오류를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교재 개발이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영어학원 강사, 무역업 종사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김사장은 서라벌 예대 설립자인 고 김세종 박사의 아들.

아버지 뒤를 이어 서라벌 학원 이사장을 11년간 역임하면서도 외국 출판사와 경쟁해도 손색없는 책을 만들어 수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그래서 학원을 직원들에게 넘기고 본인은 링구아포럼을 세워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가족들은 "편한 길을 놔두고 왜 그러느냐"며 말렸다.

김사장은 "찍기식 문제집에 익숙한 성인 독자에게 우리 책은 내용이 방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초등학생을 주 수요층으로 한 영어책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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