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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강점형 사고’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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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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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논설위원

지금 서울에서는 할리우드 배우·스태프가 참여하는, 한국·미국·중국 합작 웹드라마 ‘드라마월드(Drama World)’의 촬영이 한창이다. K드라마 광팬인 미국 여대생이 주인공이다. 미국의 동영상 사이트 ‘비키(VIKI)’가 내년 상반기 상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비키는 전 세계 시청자가 4000만 명에 이르는 유명 사이트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다.

 알려진 대로 K드라마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로맨스드라마다. 우리는 TV를 틀면 늘 사랑타령이라고 비판하지만, 서구에서는 TV만 틀면 ‘CSI’ 같은 범죄스릴러물 일색이니 도리어 한국 로맨스가 차별성이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아이돌 K팝도 한동안 국내 대중음악 시장을 망치는 주범으로 비판이 많았다. 둘 다 안에서는 욕먹는 ‘깨진 바가지’들이 밖에서 효자가 된 경우다.

 이틀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양대 특급 피아노 콩쿠르인 데다 세계 3대 콩쿠르 중에서도 유독 한국인에게 인색했던 무대라 의미가 컸다. 최근 수년간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코리안 파워도 입증했다. “이제 한국은 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보육센터(nursery)가 됐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다섯 명이 상위 입상하자 영국의 음악평론가 노먼 리브레히트가 했던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클래식 육성 강국이 된 이유를 음악인들에게 물은 설문 조사가 있다. 타고난 음악 DNA와 손재주, 유교문화와 스파르타식 연습, 부모의 헌신, 영재교육, 성공 지상주의 문화가 이유로 꼽혔다. 특히 집약적 에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콩쿠르에서 무결점 연주를 해내는 데는 스파르타식 연습과 부모의 헌신 등으로 상징되는 뜨거운 교육열이 주효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때론 우리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그 ‘남다른 교육열’ 말이다.

 우리 스스로는 약점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때로는 우리의 힘인 경우가 있다. 매사 부정적이고 삐딱해 보였는지 한 선배가 내게 『강점혁명』이란 책을 권했다(제목만 읽어도 충분하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부족한 것을 고치려 단점에 집중하지만 그보다는 강점에 주목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내용이다. 실제 사람은 잘 변하지 않으니 단점을 고치기보다 장점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어쨌든 생각을, 특히 우리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 게 강점을 강화하는 ‘강점형 사고 혁명’ 아닐까 한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