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700억대 도박사이트 운영하며 호화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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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인천지방경찰청]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1753억원 상당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도박 사이트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량과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엄모(3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모(2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중국 현지에 머물고 있는 김모(29)씨 등 4명을 지명수배했다.

엄씨 등은 2011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한 아파트에 사무실을 차린 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회원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753억원을 배팅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이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챙긴 돈만 1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중국에서 짝퉁 물건을 만들어 팔던 엄씨는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친구 등과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맘을 먹었다. 이후 주·야간팀장 등 역할을 분담한 뒤 야구와 축구·농구 등 국내외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추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24시간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휴대전화 번호 등을 이용해 무작위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고객을 모았다. 이들은 거액의 베팅 금액이 모이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다른 도박 사이트와 달리 4년간 꾸준히 운영해 회원 수가 1만2000여 명이나 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베팅 금액의 10%가량을 수익으로 챙겼다. 이 돈으로 7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외제차량과 대전시의 165㎡ 규모 고급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충남 논산에도 토지를 구입하고 카페 2곳에 7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나머지 돈은 모두 차명계좌에 넣어두거나 금고나 집 안 곳곳에 숨겼다. 경찰이 지난 8월 엄씨의 집을 압수수색 했을 땐 대여금고에서 현금 7000만원만 발견됐다. 그러나 지난달 두 번째 압수수색을 했을 땐 주방 싱크대 오븐 밑에서 3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 다발이, 골프가방에서 현금 2500만원이 발견됐다.

경찰이 엄씨 일당에게 압수·몰수한 것만 현금 11억원과 부동산·주식 32억원어치 등 43억원어치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 말고도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조모(41)씨 등 9개 도박 사이트 운영자 35명과 5000만원 이상 고액 배팅자 27명 등 62명을 붙잡았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및 영상 제공 인천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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