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내가 일본, 동생이 한국 경영 희망"

중앙일보

입력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한국과 일본을 총괄하고 내가 일본을, 동생(신동빈 회장)이 한국을 맡던 옛날로 돌아가면 만족한다.”

신동주(61ㆍSDJ코퍼레이션 회장)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1일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은 한국 롯데를 넘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같이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영어로 얘기했고, 민유성 전 산은지주 회장이 통역을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가족끼리 싸우고 소란을 피워서 대단히 죄송하고, 아버지 또한 동생과 싸우길 원치 않는다”며 “동생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옛날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용서하겠다. 아버지를 원대복직시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롯데호텔 34층의 상황을 직접 얘기해달라.
“아버지는 거기서 30년 동안 머물렀다. 거기서 많은 사장들에게 현안 보고 받았다. 몇주 전부터 롯데 측이 아버지 사무실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마치 감옥 같다. 아버지가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롯데가 친족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고 제한하는 건 30년간 본인의 집무실로 사용한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당한 대우다.”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7월27일 총괄회장이 도쿄에 전세기를 타고 가서 손가락으로 해임을 발표할 때 종업원지주회의 이사회가 있었고, 거기서 공식적으로 총괄회장의 의견을 지지하고 해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때 해임된 사람이 현재 최고경영자(CEO) 츠쿠다와 최고재무책임자(CFO) 고바야시 등이다. 다음 날인 28일 동의했던 종업원 지주회 이사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불려간 뒤 반나절 동안 신동빈 쪽 변호사들로부터 이사장직에서 사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사임하고 난 다음날 후임 이사장직에 선임된 사람이 아침에 있었던 총괄회장 해임에 대해 지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근데, 그걸 결정하려는 긴급이사회를 추진하려면 일본 상법상 3일 전 통보가 있어야하고, 이사 전원과 감사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사 중 한명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두 가지 모두 유효하지 않은 이사회의 해임 결정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가장 궁금하다. 지난 19일 서울대병원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민유성 전 회장 답변)그날 서울대병원에 1시간30분간 머물렀다. 종합검진할 시간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연세대에서 진료받았는데, 아버지의 건강을 돌볼 자유를 동생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빨리 어느 병원이든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검진을 받아 약을 처방받는 일이 중요했다.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오병희 병원장에게 인사했다. 총괄회장의 주치의가 될 예정이다. 환자로 등록하고 언제 검진 계획을 잡을 것인지 얘기했다. 구체적인 검진은 하지 않았다. 대신 온김에 혈압과 부정맥 검사 정도만 받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자료를 받아달라고 얘기한 거다. 그런데 총괄회장이 채혈을 하기 위한 주삿바늘을 보더니 장남에게 '1945년 종전이후 70년 동안 단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다, 피 안뽑겠다'고 해서 관뒀다. 의사가 보니까 ‘건강하시네요’라고 해서 나온 것이다. 무단외출이 아니다. 큰 아들 입장에서 자기가 모시고 있는데 당연히 건강상태 챙겨야하지 않겠나.”

“(신동주 답변)아주 건강하고 상태가 좋으시다. 판단력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필 지금이 면세점 특허심사 시즌이다. 면세점 면허 빼앗기면 종업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면세점 심사 시기와 겹친 건 완전 우연의 일치다. 동생이 지난해 12월부터 발동을 걸었다. 지난 7월에 아버지가 일본가서 신동빈의 영역을 줄이고 직위에서 제외하려던 시도가 잘 안 끝나서 오히려 아버지가 해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본인이 다시 그걸 주장하려고 한 연장선이다. 면세점 시기와는 상관없다. 7∼8월에 두세차례 동생과 타협하려고 시도해 봤지만 동생이 계속 거부했다. 협상할 마음이 없었고 ‘형이 죽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후 모든 여파의 책임은 신동빈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한국과 일본의 분리경영을 원하나.
“한국이 일본의 예속에서 벗어나려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에 찬성한다. 다만 그 시점이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의 80%는 푸는데, 나머지 20%에 대한 해소계획이 명확치 않다.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 가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중국 사업의 부실규모가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백화점과 마트의 영업손실, 투자한 부동산 쪽 잠재 손실 등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상장하고 나중에 그 손실이 밝혀지면 투자자에게 많은 피해가 돌아간다. 내가 롯데쇼핑 회계자료 열람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도 그것이다. 그 다음에 호텔롯데 IPO를 해야하고, 그 다음에 한국이 일본에서 독립하는 건 찬성이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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