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결사반대했던 '포괄수가제' 뚜껑 열어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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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격렬한 반대 속에 정부가 강행했던 포괄수가제가 실제론 당초 우려했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효과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는 대형병원 쏠림, 경증환자 기피, 의료질 하락 등을 우려하며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종별로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화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급의 포괄수가 적용 전후를 비교 분석했다.

포괄수가제 시행 전 전체 청구건수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9.7%, 15.2%였다. 도입 이후에는 9.7%, 15.1%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질병군으로는 수정체수술과 충수절제술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편소절제술은 종합병원에서 해당 비율이 늘었으나, 소폭에 불과했다. 나머지 질병군에선 오히려 감소했다.

포괄수가제 적용에 앞서 또 다른 우려로 지적됐던 경증환자 선별 진료 행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조사했다.

이를 위해 당연적용 전후의 중증도 및 동반상병지수(PCCL)을 살펴본 결과, 이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은 적용 전 20.0%에서 도입 후 19.5%로, 종합병원은 57.4%에서 56.3%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범위 내에서 줄어들어 경증환자 선별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인해 전체 수술건수가 크게 증가할 거란 주장 역시 기우에 불과했던 걸로 나타났다.

다만, 의원과 병원급에선 수술건수가 각각 13%, 40% 증가했는데, 이는 동일 기간 동안 의료기관 수가 31%, 75% 증가한 데 따른 것일 뿐 포괄수가제가 이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으로 인해 환자부담금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부담금은 각각 상급종합병원 17~18%, 종합병원 22~24%, 병원 12~13%, 의원 12~13% 감소했다.

행위·약제·검사 등 전체 의료서비스 제공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각각 10%, 병원 16%, 의원에서 1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입원서비스가 일부 외래로 전이되는 현상 등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에 따른 부정적 효과도 분명 존재했다고 꼬집었다.

연구를 진행한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병원과 의원에서 포괄수가 운영 2년차(2013년 7월~2014년 6월)의 외래 방문횟수가 1년차에 비해 병원에서 10%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계속 증가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서비스에서 사용하는 특정 치료재료의 가격이 감소했다”며 “특히 수정체 수술에서 사용하는 인공수정체, 탈장수술에서 사용하는 인공막(MESH)의 가격도 감소했다. 이는 의료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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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kim.jingu@jon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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