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부지원금은 눈먼 돈…14억원 횡령한 간 큰 직원도

중앙일보

입력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이 횡령 등으로 여전히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1일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월29일~4월 17일 농림부 등을 대상으로 보조금과 연구개발비 등의 집행실태를 조사했는데 총 71건의 사례가 적발됐다.

◇농업 보조사업자 82명이 13억 원 편취=농업·수산 보조 분야의 경우 농업경영체에 대한 보조금 횡령 사례가 대량으로 적발됐다.

진주시 축산업자는 축사 신축 보조금을 지원 받으며 공사비를 부풀려 정산서류를 제출해 국고보조금 3100만원을 더 받아 챙겼다.

농업용 기구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2013년 자동화 온실 등을 설치하며 보성군 8개 농가가 내야 하는 부담금 3억3000만원을 대신 내줬다. 해당 농가는 공사비를 부풀린 영수증을 업체에 끊어줘 국고보조금을 더 받게 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보조사업자 82명(12개 지자체)이 편취한 금액은 13억원이었다.

감사원은 농업경영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현행 직접 지원을 줄이고 금융지원(융자 이자보전) 등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충주시에서는 비영리 법인을 보조사업자로 선정하도록 한 농림부 지침과는 달리 영리업체에 보조금 39억여 원을 부당교부하고, 보조금으로 설립한 가공공장 등도 위 영리업체의 소유가 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

◇협회담당자가 국고보조금 14억 원 횡령= 문화 행사 보조 분야에서는 사단법인 등의 국고보조금 정산업무 처리가 태만했다. 한 협회담당자는 지원금 38억 원 중 14억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화관광부로부터 전자출판산업 지원 사업비 38억 원을 받은 모 협회의 담당자는 거래내역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송금 전표를 변조하는 수법으로 2008~2013년 보조금 14억원을 횡령했다. 이 직원은 횡령액을 채무 상환, 외제 차량 리스료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재단법인 인천광역시국제교류재단 전 대표이사는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특정 업체를 피카소 작품전 전시기획 위탁 업체로 선정해줬다. 이 대표이사는 그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폴크스바겐 파사트 리스 차량과 4700여만 원을 받아챙겼다.

◇연구개발 분야 보조금 누수 여전=보조금 횡령 문제가 계속 제기돼 온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편취사례가 적발됐다.

농촌진흥청 등 4개 기관으로부터 과제를 수탁한 모 대학 교수는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 13명을 참여연구원으로 등록한 후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등 3억4000만원을 횡령했다. 이 대학교수는 횡령한 돈을 주택 구입자금, 채무 상환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2011년~2014년 5건의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업체가 거래업체와 공모해 세금계산서를 위조하거나 중복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2억8000여 만원을 편취했는데도 업체가 제출한 정산서를 그대로 인정했다.

감사원은 총 71건에 대해 징계 7건, 인사자료 통보 1건, 시정 23건, 주의 9건, 통보 31건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23개 기관장에게는 보조사업자 선정 및 정산 업무 등을 부당 처리한 관련자 13명을 징계요구하고, 부당 교부되었거나 목적 외로 사용한 보조금 연구비 등 29억6500여만 원을 반환받도록 시정요구했다. 보조금을 횡령한 보조사업자와 관련 업체 등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