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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넘은 한옥 체험, 진정한 한국을 만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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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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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렙 리파이 사무총장 부부가 안동 하회마을 북촌댁에서 묵은 뒤 툇마루에 앉아 있다. [사진 경상북도]

“거리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여자 경찰관이 너무 예쁘더라. 동작이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리파이 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
안동 하회마을 북촌댁서 하루 묵어
익살 가득 탈춤엔 박장대소하기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를 이끄는 탈렙 리파이(67)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 소회를 들려줬다. 그는 “여자 경찰관에 눈을 팔면 자칫 사고가 나겠더라”는 우스개도 덧붙였다. 지난해 개장한 원산 마식령 스키장도 들렀다. 건설 당시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한다.

 탈렙 리파이는 “관광을 통해 북한을 개방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북 당시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탈렙 리파이는 14일 울산에서 열린 ‘세계산악관광회의’와 17일 경주 실크로드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경상북도는 16일 세계 관광의 수장에게 하회마을을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그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옥에서 묵은 것은 처음이었다.

 하회마을 북촌댁(중요민속자료 84호)이 숙소였다. 큰사랑채로 들어서며 그는 “돌 계단이 너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인 류세호(64)씨가 “218년 전 건축물을 그대로 쓰다 보니 그렇다”고 설명했다. 사무총장 부부는 “우리가 200년이 넘은 집에서 자느냐”며 “뷰티풀!”을 연발했다. 주인은 다시 세면대와 화장실은 불편하지만 방과 멀리 떨어져 밖에 있다는 걸 안내했다.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며, 물을 많이 쓰는 공간은 목조 건물의 특성상 썩지 않도록 따로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탈렙 리파이는 하루를 묵고는 “한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났다”며 고마워했다.

 양진당에 들러서는 차와 다식·과일이 차려진 1인용 전통 다과상을 받았다. 양반은 손님을 접대할 때 언제나 독상을 차린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동행한 프란젤리 전 사무총장은 “양반다리가 잘 안돼 다과상을 얻어먹기 어렵다”고 말해 폭소가 쏟아졌다. 하회탈춤도 40분 동안 관람했다. 양반과 선비가 정력에 좋다며 소 불알을 서로 잡아당기는 대목에선 설명을 듣고 박장대소했다.

 이날 하회마을 방문에 앞서 UNWTO는 경북도, UNWTO ST-EP재단(이사장 도영심)과 내년 ‘실크로드 국제문화포럼’ 개최에 합의했다. 김관용 경북지사의 안내로 안동 도청 신청사도 둘러보았다. 건축학 교수 출신인 탈렙 리파이는 솟을대문 기둥이 바위 위에 올려진 걸 관심 있게 보았다. 또 한옥 청사와 주변 16만 그루 소나무 조경을 보고는 “이곳도 새로운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탈렙 리파이는 요르단 출신으로 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요르단대학 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6년째 UNWTO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UNWTO는 1975년 설립됐으며 회원국은 163개국이다.

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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