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에 100만㎡ 화학단지 … 유럽 노리는 롯데케미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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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우즈베키스탄에 완공한 가스전 화학단지의 모습. 한해 39만t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8만t의 폴리프로필렌이 생산된다. [사진 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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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

롯데케미칼이 우즈베키스탄에 대규모 화학단지를 조성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이 중앙아시아에 생산기지를 갖게 된 것은 처음이다.

프로젝트 8년간 4조3900억 투입
이달 완공하고 내년 1월 상업생산
근처에 가스전, 가격 경쟁력 확보
공장 일부 지어 기술도 수출

 허수영(64) 롯데케미칼 대표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 건설(이하 수르길 프로젝트)을 이달 완료하고 내년 1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완공한 가스전 화학단지는 97만990㎡(약 29만4200여평) 규모로 연 39만t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8만t의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할 수 있다. HDPE와 PP는 석유화학의 주요 소재로 생활용품은 물론 전기·전자와 자동차 내장재의 원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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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르길 프로젝트는 지난 2007년 시작됐다. 우즈베키스탄의 국영석유가스회사(Uzbekneftegaz)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한국컨소시엄이 50대 50의 지분으로 합작투자회사(Uz-Kor Gas Chemical LLC)를 세우고, 이 합작투자회사에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여기서 생산된 가스의 판매 및 관련 화학단지 건설 등을 맡겼다.

 롯데케미칼은 이 합작투자회사의 지분 24.5%를 갖고 있다. 화학단지는 가스 분리설비와 폴리에틸렌 등의 생산설비, 그리고 각종 인프라 시설을 갖추고 있다.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로 38억9000만 달러(약 4조3900억원)가 들었다.

 허 대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10년 만에 상업생산이라는 결실을 눈 앞에 두고 있다”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과 동급의 제품을 생산해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 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여러 산업의 기초원료인 HDPE와 PP를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공급해 이 지역의 후방산업 성장을 돕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 인접한 생산거점을 확보한 동시에 제품 가격 경쟁력도 강화하게 됐다. 석유화학 소재 중 하나인 가스전 인근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세운 덕이다.

 롯데케미칼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재료 확보를 위해 미국에서도 셰일가스에 기반한 저가 석유화학 원료인 에탄 등에 투자하는 ‘에탄 크래커 합작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롯데케미칼은 자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이번에 완공한 화학단지 내 PP공장 등은 롯데케미칼의 자체 기술로 건설됐다.

 허 대표는 “수르길 프로젝트는 우리 석유화학 기술의 첫 해외수출 사례”라며 “천연가스 채굴부터 수송, 가스분리와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도 29만 평이 넘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보유하게 되는 등 기간 산업을 단기간에 발전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허 대표는 “수르길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총 8조원 대의 투자사업들도 차질 없이 진행해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시킬 것” 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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