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LG배 올해도 한국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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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세계기왕전은 세계대회 중에서도 유독 한국세가 판치는 대회다. 2001년에 LG배의 4강은 모두 한국기사였고 중국파워가 절정을 보였던 지난해에도 LG배만은 4강을 한국기사들이 독식했다. LG배는 지난 2년간 '국내대회처럼 치러진 국제대회'였다.

그 흐름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17,19일 양일간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8회LG배 본선1,2회전 결과 한국은 8강에 무려 6명이 진입했다.

나머지 2명은 중국기사. 일본은 전멸했고 1회전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반짝 화제를 모은 미국대표 마이클 레드몬드9단과 유럽대표 알렉산더 디너스타인 초단은 모두 한국의 신예들에게 걸려 탈락하고 말았다.

19일의 2회전에서 가장 관심을 끈 바둑은 이창호9단과 조치훈9단의 대결이었다. 역대 전적은 이창호가 6승1패로 우세하지만 최근 슬럼프여서 결과가 궁금했던 것.

그러나 이날 대국에서 이9단은 마치 사람이 변한듯 조치훈의 대세력작전에 맞서 치열한 승부를 벌인 끝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조9단과 더불어 일본은 모두 탈락했다.

지난 대회 우승자 이세돌7단은 중국의 위빈(兪斌)9단과 맞서 강력한 공격으로 판세를 주도하며 백으로 2집반승을 거뒀고 세계무대에 처음 나선 신예 김주호3단(19)은 1회전에서 유시훈9단을 꺾은데 이어 2회전에서도 중국의 강호 저우허양(周鶴洋)9단을 흑불계로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시드를 받았던 저우허양9단은 이번 대회에 삭발을 하고 나오는 투혼을 보였으나 의외의 복병에게 일격을 맞은 것이다.

한편 최근 눈부신 상승세를 보였던 신예강자 송태곤4단은 중국랭킹 1위 왕레이(王磊)8단을 맞아 선전했으나 반집차로 아쉽게 물러섰고 유창혁9단도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의 실리전법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목진석6단은 같은 한국기사인 조훈현9단을 불계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 하이라이트

이창호9단과 조치훈9단의 대결. 흑을 쥔 조9단의 중앙집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승부인 장면이다. 이 대목에서 기다림과 타협의 상징으로 알려진 이창호9단이 백1,3,7등으로 연거푸 강수를 던지며 최강 승부를 걸어갔다.

이9단은 초읽기 속에서도 17에 이르러 드디어 수를 내는데 성공했고 A의 단점때문에 운신이 어려워진 조9단은 이후 몇수 지나지 않아 항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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