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이마트 은평점 정육매장.
한우 등심 특상급이 1백g당 6천9백50원에 팔리고 있는 반면 같은급(프라임급)의 수입품은 1천9백80원으로 국산 가격의 30%에도 못미쳤다.
이런 가격차 탓인지 매장에는 국산보다 오히려 수입산을 찾는 주부들이 많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우 가격이 초강세를 유지하면서 최근 수입 쇠고기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며 "판매량으로만 보면 이미 국내산을 추월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서 수입 쇠고기의 매출액 비중은 지난해 전체의 40%선에서 올해는 45%로 늘었다. 통상 수입산의 가격이 국내산의 절반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팔리는 양을 기준으로는 수입산이 많은 셈이다.
지난해 초부터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자 국내산을 선호하던 소비자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액은 지난해 1조1천8백50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보다 70.1% 증가한 것이다. 할인점뿐 아니라 주로 고급육을 판매하는 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정육매출 중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에는 점포별로 13~20%로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비슷한 가격이면 중급의 국내산보다 수입산 상급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매장에서 '한우는 눈으로 즐기고 수입고기는 입으로 즐긴다'는 농담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
◇왜 잘 팔리나=무엇보다 한우 가격이 너무 오른 탓이다. 2001년 수입개방으로 수입 쇠고기가 밀려 들어오면서 많은 국내 축산농가들이 소 사육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산 쇠고기의 도매가격은 2년 전에 비해 40% 가량 올라 있는 상태다.
농협중앙회 권승현 축산조사팀장은 "수입개방 이래 국내 소 사육두수가 거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실정"이라며 "한우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농가들 사이에 사육두수를 늘리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1년에 한마리 이상 번식하기가 힘든 특수성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이 크게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쇠고기가 점차 고급화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긴 것도 큰 요인이다.
수입업체 관계자는 "얼리지 않은 상태로 유통되는 고급 냉장육의 비중을 최근 크게 늘리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등급 수입 냉장육의 가격은 같은 등급의 국내산보다 30~40% 싸다. 여기에 최근 '불고기용''갈비용'등 한국인 입맛에 맞춘 제품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시장을 급격히 넓히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특히 호주산의 경우 국내 소와 육질이 비슷한 일본산 소를 들여다 키운 것이라 맛에서 국내산과 큰 차이를 못느낄 정도"라며 "여전히 한우 최상급을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평소 중상등급을 찾던 소비자라면 수입 쇠고기에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업체들은 특히 입맛이 서구화된 젊은층을 타깃으로 최근 대형 할인매장.외식업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한우고기보다 오히려 수입육이 이윤이나 관리 면에서 낫다는 설명이어서 당분간 수입 쇠고기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먹을 만하나=상당수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수입 쇠고기의 맛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아직도 국내산보다 약간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선 선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우가 도축 후 6~8일 정도면 매장에 나오는 것에 비해 수입육은 적어도 한달은 걸리기 때문에 육즙의 손실이 많아 맛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차이'도 맛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하얀 지방분(마블링)이 촘촘히 퍼져 있는 고기를 좋은 고기로 치는 반면 미국인들의 경우 지방분이 많을 경우 콜레스테롤 성분도 높아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우수등급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입 쇠고기는 질기다'는 인식도 바로 이같은 지방 함유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우에 비해 가격이 워낙 싸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수입 쇠고기의 품질은 크게 프라임급.초이스급.셀렉트급 등 3단계로 나뉜다. 각각 한우고기의 특상등급.상등급.중등급에 해당한다.
조민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