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5년 내 면세점 세계 1위로 … 상생기금 1500억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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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이 12일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상생 2020’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면세점 수성에 나섰다. 12일 신 회장은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 창고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서 “앞으로 5년동안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면세점 물류센터서 비전 선포식
“중소브랜드 매장 면적 2배로 확장
창조경제·나눔문화 확산에 동참
정상적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

그는 “2020년까지 면세점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 2020’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협력업체 동반성장펀드 200억원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 면적 2배로 확장 ▶중소브랜드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팅관’ 운영 ▶취약계층 자립을 지원하는 ‘언더 스탠드 에비뉴’ 조성 등 구체적인 ‘상생 계획’도 제시했다.

  재벌 총수가 계열사 사업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인천 면세품 창고까지 와서 직접 상생 비전을 발표할 만큼 면세 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는 강력했다. 면세사업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영업이익 중 96%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12월 운영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잠실 월드타워점은 연매출 총 2조6000억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점포로 당초 재승인이 유력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신 회장이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이다.

 이날 선포식에서 신 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져도 미소를 잃지 않던 지난달 국정감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상생 선언’을 한 뒤에는 “최근 언론에 나왔던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얘기하겠다”며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8일 형인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았다”며 한·일 양국에 소송을 제기,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본지 2015년 10월9일자 21면>

 신 회장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영투명성 제고와 기업구조 개선을 통해 롯데를 국민 여러분께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여러 일들은 이러한 롯데의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경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경영권 분쟁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신동주 “14일 광윤사 주총 개최”=신 회장이 면세점 수성 의지를 밝힌 이날 오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14일 일본 도쿄 히비야에 있는 광윤사 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28.1%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광윤사 이사에서 해임되더라도 신동빈 회장의 한·일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의 주총 발표가 롯데면세점 상생 선포식(12일), 제2롯데월드 롯데월드몰 1주년(14일) 등과 겹친 것에 대해 ‘롯데 사업 재뿌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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