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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 이승호 회장] 강직성 척추염 약 바꾸려는데 보험 적용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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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성 척추염은 척추 마디가 굳고 뻣뻣한 일자형으로 변형되는 만성 염증성 면역질환이다. 20~30대 남성에게 가장 많은데 아직 뚜렷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생물학적 의약품이 보급되기 전까지 환자는 염증과 척추 변형으로 심한 통증을 앓으면서 힘든 생활을 했다.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인 보험 급여 지원으로 현재 환자들은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일부 정책으로 여전히 고통 속에 신음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존 주사제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게 복약 순응도의 개선이 필요하면 다른 생물학적 제제로 교체해도 보험급여를 인정한다’는 변경안을 발표했다. 이에 주사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약효가 적다고 생각되거나 일부 약물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다른 주사제로 교체했다.

문제는 치료제를 바꾼 뒤 나타났다. 새로운 치료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전에 사용하던 치료제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이번엔 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황당한 상황이 앞을 가로막았다. 필자도 지난해 기존 주사제가 피부발진 증상의 부작용이 있어 의료진과 상의해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로 교체했다. 그런데 교체한 치료제는 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다시 원래 맞던 주사제를 희망했지만 보험 적용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만성질환은 장기간 투병생활을 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 안정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잘못된 치료법을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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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치료제로 다시 쓰면 보험 혜택 상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다양한 치료제로 치료의 폭이 넓어지고는 있지만 개인마다 주사제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주사제를 찾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니 한번 바꾼 주사제를 다시 선택할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현행 제도는 환자에게 너무 잔인한 제도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생물학적 제제를 바꾼 후 염증 조절이 안 돼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포도막염 등 동반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치료제가 있는데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병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매일 겪는 통증도 고통스럽지만 내게 맞는 약을 다시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고통이 더 크다.

일부에서는 고가의 약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교체 투여 결정에 앞서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동반 질환과 부작용 발생의 위험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

강직성 척추염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에 정부가 큰 재원을 지원하는 것은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도록 돕기 위함이다. 지난해 10월 생물학적 제제를 교체한 환자가 다시 이전 치료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열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그런다고 보험 재정의 누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제도적 허점으로 환자가 계속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정부가 헤아려 주길 바란다.

한국강직성척추염환우회 이승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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