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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년 또는 2~3년 내 침체 … ‘닥터 둠’ 말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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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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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미국 경기침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같은 ‘닥터 둠’의 입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사모펀드 칼라일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66)이 침체를 경고했다. 그는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방송과 인터뷰에서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립’ 루벤스타인 칼라일 CEO 주장
완만하게 성장하다 7년 주기 돌입
월가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에 주목
독일 수출, 영국 부동산 시장 비상
일본도 마이너스 성장 이어질 듯

 단, 루벤스타인은 “지금 당장은 아니다. 당분간 미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듯하다”고 했다. 올해 미 경제가 1~2% 성장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올 2분기(4~6월) 미 경제는 3.9%(연율) 성장했다. 올 연간 성장 전망은 2.5%다. 그렇다면 언제 침체가 시작된다는 얘기일까. 그는 “내년이나 2~3년내 어느 시점”이라고 했다.

 루벤스타인은 비관론자가 아니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 와중인 2008년 “위기는 곧 끝난다”고 강조했던 인물이다. 이런 그가 미 경제의 침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근거는 역사적 경험이었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미 경제는 7년마다 침체를 겪었다”며 “최근 침체(2007년 12월~2009년 6월)가 끝난 지 6년 정도 흘렀다”고 설명했다. 때가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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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미 경제에선 침체 조짐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톰슨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월가 전문가들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미 국채 10년 만기(10년물) 금리에서 미 2년 만기(2년물) 금리를 뺀 차이(스프레드)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때문에 국채 2년물 금리가 너무 낮다”며 “요즘 월가 사람들은 5년물 금리를 활용해 스프레드를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10년물과 5년물 금리차는 마이너스 상태다. 10년 금리가 5년 금리보다 낮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의 금리는 단기보다 높아야 한다.

 톰슨로이터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앞으로 경제 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채권 가격에 반영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미국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1년 정도 뒤에 침체가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루벤스타인이 예측한 시점과 엇비슷하다.

 침체 조짐은 실물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미 기업의 전체 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다. 2002년과 2008년 전후에도 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기업 판매는 경제 활동의 핵심이다. 톰슨로이터는 “1990년 이후 전체 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였는데도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 경우가 한 두 차례 있기는 했다”며 “하지만 그때 감소폭이 요즘만큼 심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침체 조짐을 보이는 곳이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 경제의 중심인 독일의 수출이 8월에 5%(전년동기 대비)나 줄었다. 수출은 독일 경제의 최대 엔진이다.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자동차 수출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면 독일 경제 전체는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경제에선 부동산 시장에서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부동산은 최근까지 영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신규 주택 건설 등이 5.4%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는 기계류 주문과 산업생산 등이 감소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 2분기에 시작된 마이너스 성장이 올 3분기(7~9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일 경제는 사실상 침체”라고 했다.

 중국 등 신흥국뿐 아니라 핵심 선진국 경제에서도 심상찮은 조짐이 나오자 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극단적인 예측’마저 제기됐다. 지금까지는 미 중앙은행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인상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미국의 4차 QE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만기 3~5년짜리 미 국채를 사는 게 좋다”고 최근 권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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