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의 일방적 주장"…난징대학살 등재에 일본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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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역사 전쟁이 거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데 대해 중국은 환영한 반면, 일본은 거세게 반발했다.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중국이 신청한 난징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고 9일(현지시간)발표했다. IAC는 그러나 중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의 위안부 관련 자료는 문화유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IAC 회의는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있었으며 심사 결과는 7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반발로 갑자기 발표 날짜가 9일로 연기됐다. 세계문화유산에 난징 대학살은 넣고 위안부 자료는 뺀 이번 결정이 중국과 일본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한 타협의 결과라는 얘기다.

지난해 3월 중국이 신청한 난징 대학살 자료는 ▶학살(1937~1938년) 관련 사진과 필름 ^전후 중화민국 법정 판결과 전범 진술 내용 ▶중화인민공화국 사법기관 조사 문건 등으로 이뤄져 있다. 난징 대학살은 일본군이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난징 일대를 점령하면서 민간인 등 최대 30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가와무라 야스히사(川村泰久)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담화에서 “이 안건은 일·중 간에 견해 차이가 있음에도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신청된 것이며, 완전성과 진정성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중립적이고 공평해야 할 국제기구로서 문제가 되는 일이기에 극도로 유감스럽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등재에 포함된 난징군사법정 자료의 중국인 희생자 ‘30만 명 이상’에 대해 “구체적 희생자 수는 여러 설이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담화는 또 “유네스코의 사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우려가 유네스코 관계자에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등록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은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협력 개정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 우파 일각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을 끊거나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난징 대학살 문헌은 역사·평화·미래 개척·인류 존엄 수호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난징 대학살은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엄중한 죄행으로, 국제사회가 공인한 역사적 사실이다. 역사는 왜곡할 수 없으며 일본의 태도는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이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깊이 반성하며 잘못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 또 유네스코의 정상적 업무에 대한 간섭과 무도한 방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도쿄=최형규·오영환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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