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만 해도 좋아, 송중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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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Keep On Keeping On Ⅰ

제대 후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작품에 들어선 배우 송중기는 가던 길을 다시 꾸준히 가고 있었다. 지난 속내가 잔잔한 수다로 이어졌던 제대 후 첫 인터뷰.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 절친 임주환 씨의 제대 직후 인터뷰 생각이 나더라고요. 절실해 보이는 모습이 엄청 인상적이었는데, 중기 씨는 어땠어요 그 인터뷰 기억나요. 내용이 엄청 길었죠? 진짜 그 형은 너무 진지해요(웃음). 전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이 잘 지냈어요. 입대 전에 겁먹은 게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어린 친구들과 지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연예인이다 보니 일반인들과 지내야 한다는 점이었거든요. 나이들어 군대 가는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두려움일 텐데 제 성격대로 직구를 던졌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해소되더라고요. 군대 가기 전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 해 준 말이 큰 힘이 됐고요.


누군데요 제가 술친구라고 얘기하는 손현주 선배님이에요. “군대가 아니라 어디 놀러 갔다고 생각해라, 제대하고 나면 20대에서 30대가 되는데 얼마나 좋으냐, 다른 사람보다 더 절실함도 많이 느낄 거고 진지한 생각도 많이 할 건데 배우로서 일반인들과 살 부대끼면서 생활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냐, 네 성격대로 가라.” 훈련소에서 선배님의 조언들을 생각하다 보니 부담감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그 두 가지가 사라지니까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 어디 놀러 가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온 느낌이에요. 거기가 엄청 낯선 곳이고, 기간이 좀 길었을 뿐이지(웃음).


손현주 씨와는 어떻게 술친구가 됐어요 <추격자>를 보는데 정말 소름 끼치는 거예요. 문득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남자)>의 이경희 작가께 전화해서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연기를 소름 끼치게 할 수 있죠? 저도 저렇게 잘하고 싶은데 부럽네요.” 그랬더니 네 나이에 저렇게 하면 너무 징그러워서 사람들이 못 받아들인다,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하시면서 마침 선배님이 옆에 계시니까 바꿔주신다는 거예요. 얼떨결에 첫 통화를 하고 무작정 술 사달라고 그런 후에 친해졌어요. 하늘 같은 선배님인데 대화가 정말 잘 통해서 술친구라고 하죠. 친구 같이 농담도 하고 연기 얘기, 여자 얘기, 사는 거, 시시한 얘기도 하고 그래요.


술친구의 조언 덕분에 군대가 휴양지가 되었다? 다른 남자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데뷔하고 6~7년간 쉼 없이 달리기만 하다가 일을 쉬니 재충전된 느낌이 있어요. 물론 힘든 일, 육체적으로 고된 부분도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군대에서는 하는 게 비슷해요. 눈 치우고 작업하고 삽질하는(웃음). 저는 강원도 고성에 있는 수색대대에서 근무했어요. 비무장지대에 들어가서 낮에는 수색, 밤에는 매복하는 거죠.


그래도 D데이는 샜겠죠 말년부터는요. 그전엔 가끔 오는 편지를 보면 D데이가 적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고요. 군대로 편지가 생각보다 많이 왔어요. 오글거리는 얘긴지 모르겠는데 그게 그렇게 힘이 될지 몰랐어요. 되게 좋았어요.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줘서라기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고마웠어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질 거라는 부담은 없었나요 어차피 제 일이라는 게 들쑥날쑥하니까 의연해지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그런 부담은 많지 않았어요.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신 복귀해서 감이 떨어졌으면 어쩌나 하는 부담은 있었죠.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면 작품으로 따지면 <착한 남자> 때고, 제일 생각이 많이 난 건 아무래도 <런닝맨>인 것 같아요. 멤버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에요.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는지(웃음) 형들이 휴가 나올 때마다 밥 사주고 못 만날 땐 뭐라도 해주려고 전화로 챙겨주고 그랬어요. 저도 군대에서 <런닝맨>을 계속 접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그 형들이 그렇게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촬영장에 형들 보러 가겠다고 한 거예요.


혹 TV가 내무반 시절의 ‘적’이었나요 <연기 대상> 같은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친구들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면 어쩌나, 괜히 힘들어지면 어쩌나 그랬는데 오히려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현장이 나올 때 가슴이 뛰더라고요. 영화 작업이 엄청 고팠어요. 영장이 나온 시점이라 하고 싶었던 영화를 못하고 입대했기 때문에 갈증이 컸거든요. 그래서 복귀는 무조건 영화로 해야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조바심 때문에 맘에 안 드는 작품을 급하게 정하거나, 맘에 드는 작품이어도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 그랬는데 <태양의 후예>가 제 혼을 쏙 빼놓은 거죠. 제 건 따로 있나 봐요. 그런데 전역하자마자 왜 캐릭터가 군인인 건지(웃음).


PHOTOGRAPHER 조선희
EDITORS 채은미,주가은
HAIR STYLIST 이혜영(Aveda)
MAKEUP ARTIST 김지현현
FASHION ASSISTANT 김이민지
ART DESIGNER 조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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