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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무성-원유철 '투톱' 균열…루비콘강 건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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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비공개 토론에선 김 대표 측 의원들이 원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뉴시스]

새누리당 ‘투 톱’의 균열이 심상치 않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멀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관계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틀어져 있다.

원 “김 대표에게 맡겨선 안 된다”
공천룰 관련 사사건건 대립각
김 “원유철을 어떻게 해야 하나”
원 “총선 승리 위해 할 일 하는 것”
친박 일각 ‘원유철 비대위’도 거론

 원 원내대표는 요즘 당내에서 ‘신박(新朴)’으로 불린다.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전환한 새로운 친박계라는 의미다. 이 말대로 원 원내대표의 출발점은 비박계였다. 지난 2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됐고, 7월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뒤 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가 됐다.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원유철 "공천엔 김무성 리더십 필요 없어"

그랬던 그가 최근 당·청 갈등 국면에선 비박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원 원내대표는 “사정 변경이 생겼으니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공천 룰을 논의할 당 특별기구의 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김태호 최고위원이 적임”이라며 김 대표가 제시한 ‘황진하 사무총장 카드’에 반대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도대체 원유철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그의 참모들 중 일부는 “원내대표의 본분을 어기고 당무에 관여했던 점을 부각시켜 의원총회에서 원 원내대표 비토안을 밀어붙여 보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김 대표의 한 참모는 9일 “원내대표로 추대되기 전에는 김 대표에게 ‘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가 이후에 ‘제3의 길’ 운운하며 비판하는 모습에 김 대표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거부했으니 당이 이 문제로 더 갈라져선 안 되겠다는 충정 때문에 한 말”이라며 “친박과 비박 싸움엔 관심 없고 총선 승리를 위해 앞으로도 할 일은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선 김 대표 측의 울분이 여과 없이 표출됐다. 비공개 토론 때 김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원 원내대표를 향해 “차라리 사퇴하라. ‘화합’을 하라고 투표 없이 당신을 (원내대표에) 추대했는데 분란을 부추기고 자기 정치만 하려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석 연휴 직후 원 원내대표가 소집한 이 의총에 대해 김 대표는 “민감한 시기에 나와 상의도 없이 왜 의총을 마음대로 소집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원 원내대표는 “상의를 다 해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시느냐”고 반발해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자신을 ‘배신의 아이콘’으로 비판하는 김 대표 측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원 원내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원 원내대표와 만났던 김 대표 측 인사는 “‘왜 공천 룰 주장을 원내대표가 하느냐. 김 대표와는 각을 세우지 마시라’고 했더니 원 원내대표가 ‘공천 룰 문제는 김 대표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며 할 말은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원 원내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도 “공천에는 김 대표의 리더십이 필요 없다”며 “ 당의 누구도 거기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0월 9일자 30면, 11일 오전 8시30분 JTBC ‘직격인터뷰-위험한 초대’ 방송 예정>

 향후 두 사람의 갈등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격렬해지리라는 관측이 당내엔 적지 않다. “총선 이전에 ‘김무성 대표 체제’ 대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박계 중 일부가 비대위를 맡을 적임자로 원 원내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원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도 “김 대표 때문에 당이 분열되면 결국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박에서 전환한 ‘뜨내기 신박’이 아니라 원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대표선수로 김 대표와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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