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재 '원스톱'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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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LG전자 김동균(33)과장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이다. 졸업 후에는 미국 기업에서 근무했다. 국내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LG에 이력서를 낸 것은 지난해 여름.

그런데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채용되기까지 한차례도 국내에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 이력서 제출에서부터 임원 면접 과정 동안 모든 입사절차가 미국 현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우편으로 전달하자 곧 한국에서 LG 실무자들이 건너왔다. 미국의 한 식당에서 이들을 만나 회사 개요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두달 뒤에는 이 회사 김영기 부사장을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경력과 포부를 1시간 동안 설명했다.

이 같은 풍경은 한국의 취업 준비생들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요즈음 미국에서 MBA 과정이나 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인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LG뿐 아니라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의 각 대학을 직접 돌면서 회사 설명회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원하는 자격을 갖춘 유학생들은 여러 기업에 동시에 합격하기도 한다. 김과장도 몇 개의 기업 중 친숙하게 느끼는 LG를 선택했다고 했다.

기업들의 '국경을 넘은' 인재 찾기가 한창이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 발굴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 지난 7일 '신경영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재 경영'을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키워드로 삼았다.

"사장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유능한 인재를 잡아야 하고, 사장을 평가할 때도 핵심 인재를 얼마나 키웠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건희 회장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1월 외국인 최초의 임원을 탄생시킨 삼성은 임원급의 해외 인재 스카우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국내 사업장에만 외국인 5백명이 근무하고 있고, 중국.인도.러시아 등 현지에도 6백여명이 일하고 있다.

LG는 임원급 면접단을 보내는 것 외에도 해외 주요 지역과 국내 사업본부를 연결해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해 입사로 연결시키는 '글로벌 리크루팅 네트워크(Global Recruiting Network)'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거점인 미국과 중국에는 아예 인재확보를 전담하는 채용 매니저를 상주시키고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 등 20개 중국 명문대에서는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해외 MBA와 공학 석.박사급 유학생 50명을 인턴으로 선발한 뒤, 실제 기업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두달 동안 직접 경험하게 하는 인턴십도 시행 중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010년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진입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중점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지난 4월부터 미국 MIT.하버드.듀크.퍼듀 등 명문대를 순회 방문해 채용을 실시했고,인터넷으로 원서 접수를 받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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