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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깊이읽기] '안티 신데렐라'도 좋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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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MBC TV 월.화 밤 9시 55분 방송)는 신세대들의 코드를 꼭 집어 맞춘 드라마다.

어른들 눈엔 마냥 대책없어 보이지만 자기 방식대로 꿈을 키워가는 생활방식, 결혼을 약속하지 않고도 하룻밤을 함께 보내거나 주거 공간을 나눠쓸 수 있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문대 졸업 후 몇년째 취업전쟁에서 쓴 맛을 보는 정은(정다빈 분), 명문대 법대생이지만 고시보다 여자에 더 목을 매는 경민(김래원 분)의 생생한 캐릭터가 친근감을 더한다.

시청자들이 특히 열광하는 부분은 단연 재치있는 대사다. 예컨대 정은이 "우리 엄마가 나더러 눈 먼 놈 안 만나면 시집도 못 갈거래"라고 신세 한탄을 하자 경민이 "니네 엄마 상당히 진솔하시구나"라며 약을 올리고, 다시 정은이 "응, 우리집 가훈이 정직하게 살자야"라고 수긍하는 장면에선 터지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시청률도 잘 나간다. 첫 방송 후 3주 만에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보이며 SBS '야인시대'와 KBS '아내'의 틈바구니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오랜만에 '또래' 드라마를 만난 신세대들의 호응 덕이지 싶다.

그러나 경민이 짝사랑하는 여자의 동창이라는 이유로 정은에게 방 얻을 돈을 빌려주고, 우여곡절 끝에 그 방에 얹혀살게 되는 상황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란 느낌이 든다.

주관이 뚜렷한 신세대 정은이, 다른 여자만 쳐다보는 경민에게 몸 주고 돈 주고 세끼 밥에 간식까지 챙겨 먹이면서 "공부 열심히 해서 사시에 꼭 붙으라"는 등 알뜰살뜰한 '마누라' 노릇을 하는 것 역시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자칫 신파조로 흐르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또 예쁘지도 않고, 학벌도 별로지만 오로지 착한 심성과 털털한 성격을 무기로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정은은 '명랑소녀 성공기(SBS)' '위풍당당 그녀(MBC)' 등 최근 일련의 드라마에 등장한 '안티 신데렐라'캐릭터의 연장이다.

시청자들이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너무 자주 등장하면 신데렐라형 여주인공 만큼이나 식상할 우려가 있지는 않을까.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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