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던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기사 이미지

3년 전 큰 손해를 본 뒤 주식 투자를 그만둔 회사원 박모(33)씨는 낮은 은행 금리를 못 견디고 최근 다시 투자상품을 찾아 나섰다. 그는 월 100만 원씩 적립식 펀드에 넣으려다 마음을 돌렸다. 요즘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채권형 펀드도 눈에 차지 않았다. 고민 끝에 택한 건 배당주 펀드였다. 박씨는 “등락을 거듭하는 코스피 시장은 불안하다”며 “최근 기업들이 배당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들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걸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증시 상황 영향 덜 받아 주목
국내 배당주 펀드 올 수익률 6.05%
주식형 평균보다 4배 많은 수익률
12월 배당 예정 … 하반기에 효과적

 최근 세계 증시가 출렁이면서 시황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받는 배당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추석 연휴기간 세계 주요 증시는 폭락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312.78포인트 하락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지수도 이날 2~3%가량 내려갔다. 지난달 29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4.0% 하락했다. 8월 중국 기업의 순이익이 8.8% 감소했다는 중국 통계청의 발표 때문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0월 Fed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세계 증시가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변수에 아직 떨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 증시도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코스피 지수는 이틀 연속 상승하며 1980선에 육박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전인 9월 23일엔 37.42포인트 하락하며 1940선을 위협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주식전략팀장은 “세계 증시에 성장보다 위험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고금리 통화인 원화와 위안화를 매수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캐리인덱스가 하락세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매도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의 성적도 좋지 않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전자·부품, 의료기기, 음식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월 초에 비해 하향세다.

 이렇게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배당주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만 팀장은 “미국 증시에선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주식은 급락했지만 고배당주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며 “안전종목에 투자하는 이 같은 경향이 국내 증시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배당주 펀드는 올들어 6.05%(9월 30일 기준)의 수익률을 내며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43%)을 4배 가량 앞질렀다. 증시가 출렁였던 최근 3개월에도 -3.9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주식형 전체 평균(-6.72%)보다 좋았다.

 특히 배당주 투자는 하반기에 효과적인 투자전략으로 꼽힌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말에 기업의 수익배당이 예정돼 있어 주식시장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란’ 말이 있을 정도”라며 “올해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처음으로 과세되는 해라 기업이 배당비율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당주 펀드도 주가의 움직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 손실이 커지는 구조는 다른 주식형 펀드와 동일하다.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