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31억 배임·횡령’ 이석채 전 KT 회장 1심서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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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 중앙포토]

잘못된 투자로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채(70) 전 KT 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유남근)는 24일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할 의사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업체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이게 해 회사에 총 103억5천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9년 1월∼2013년 9월 회사 임원들의 현금성 수당인 ‘역할급’ 27억5000만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1년 반 심리 끝에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투자에 앞서 내부 논의·외부 컨설팅 결과 등 정식 절차를 밟았으며 이 전 회장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각 회사의 가치를 낮게 잡아 배임 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보는 벤처투자의 특성을 간과했다”며 “기업 가치를 낮게 보는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고 배임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전임 회장처럼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재판부도 인정했다. 그러나 “비서실 운영자금 내지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거래처 유지 목적에 썼다”고 판단해 횡령도 무죄로 봤다. 특히 축의·부의금 사용 760회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인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 KT의 주요 고객이나 주주, 관련 규제권자인 만큼 개인적 목적으로 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이 전 회장이 재직 중인 2013년 10월22일 KT 본사 등 16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은 결국 그해 11월12일 사임했고 작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전 회장은 선고 직후 “당연한 판결”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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