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 사회기강 바짝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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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사회관계 장관회의가 시작되자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에게 "오늘 겁나는 얘기를 좀 하는 겁니까"라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법질서를 무시하고 집단의 힘을 악용해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강도 높은 의지 표명은 최근의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우선 조흥은행 일괄매각을 반대하는 노조가 25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24일엔 지하철노조 파업이, 28일엔 철도노조 파업이 예정돼 있다.

사회혼란을 수반할 노사분규가 줄 이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조흥은행 분규의 처리가 현 정부의 노사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난 이정우(李廷雨) 청와대 정책실장은 "(매각에서)후퇴하면 국제적 신인도에 문제가 생긴다"며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청와대와 노동계 대표가 참석한 조흥은행 매각 비공개 토론회와 관련, 李실장은 "매각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들어보려 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조흥은행 노조와)대화의 끝까지는 가겠지만 한계가 있는 협상"이라며 "전 세계에 공모해 (매각절차가) 마무리 단계인데 노조가 마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노조가 은행 전산망을 정지시킬 경우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할 것인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폭력.파괴는 물론 공익을 침해하는 적극적 업무방해, 국민경제에 타격을 주는 행위로 해석될 경우 총리 주재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투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이 이날 조직 폭력배 엄단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치안 관계자는 "법과 공권력 집행이 혼선을 빚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전반적인 사회 기강이 흐트러져 있다는 판단"이라며 "이를 방치하면 대통령과 정부의 권위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카드빚을 갚기 위한 유괴.납치, 대신 채무를 받아주겠다는 청부폭력, 영세상인에 대한 자릿세 갈취 등 최근의 범죄 유형이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국정에 대한 평가를 악화시켜 왔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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