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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역사가 기록한 문건 사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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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종철 군이여, 그대는 동포의 아픔을 아파했습니다. 그대는 쫓기는 이웃을 사랑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그대의 이 아름다운 육신과 영혼을 저 독재의 손아귀에 빼앗겨 저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생명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말았습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6월 항쟁이 촉발됐던, 뜨거웠던 그 해 1987년. 위 구절은 87년 2월 7일 '고 박종철군 국민추도회'에서 발표된 추도사다. 작성자는 6월 항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도현(61.전 문화체육부 차관.사진)씨.

현재 디지털사상계 운영위원장인 김씨는 87년 1~8월에 작성된 각종 선언문 등 관련 문건을 지난 5월 민주화 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2.7 박종철군 국민추도회, 3.3 평화대행진, 5.27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결성, 6.10 민주국민대회선언문 등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민주통신 주간이었던 본인이 작성에 참여한 문건들이다.

기념사업회는 이를 '김도현 선생 기증 사료집'이란 표제를 달고 묶어 냈다. 17일 인사동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에는 권영빈 중앙일보 편집인.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유승삼 전 대한매일 사장.홍성만 전 경향신문 사장.김호준 전 문화일보 주필.우홍제 전 대한매일 논설주간 등이 나와 사료집 발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6월 항쟁 성공의 배경에는 진보 세력과 정치권 등이 서로가 주장하는 이념과 정책의 수준을 낮추어서 참여와 연대의 폭을 넓힌 데 있었다"며 "16주년을 맞아 6월 항쟁의 그런 의미를 환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료집에는 함석헌.문익환씨 등의 이름이 실린 '고 박종철군 국민추도회 준비위원회' 발기 문건, 국민추도회 1차 집결지를 표시한 손으로 그린 지도 등이 실려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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