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회] "어쩐지 머리 아프더라니"…강남 일대에 가짜 양주 대량 유통시킨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짜 양주를 제조해 서울 강남 일대 유흥주점에 대량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가짜 양주 1만4000여병(시가 55억원 상당)을 유통시키고 4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식품위생법위반 및 상표법 위반)로 박모(31)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강남 일대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중국동포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이달 초까지 2년간 자신의 가게에서 손님들이 남긴 가짜 양주를 수거하거나 가짜 양주를 만드는 원료인 일명 ‘석수’를 사드려 가짜 양주를 제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500ml 생수병 용기에 담긴 석수를 6500원에 사드려 양주를 제조했고, 위조한 ‘RFID 라벨’을 가짜 양주에 부착해 진품 양주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RFID 라벨은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정보를 초소형 칩에 내장시켜 이를 무선 주파수로 추적할 수 있도록 한 전자 태그로, 국세청이 지난 2012년 10월부터 불법 주류를 근절을 위해 의무적으로 제품에 부착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제조된 가짜 양주는 강남 일대에서 일하는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통해 각 업소로 유통됐다. 웨이터 등에게 접근해 양주 1박스(6병) 당 5만원을 주고 진품 양주와 바꿔치기 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씨 등은 바꿔치기한 진품 양주를 주료 도매업자를 통해 박스당 18만원에 넘겨 총 4억여원의 부당이득을 남겼다.

경찰은 중국동포들이 강남 유흥주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가짜 양주를 대량 제조하고 유통시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달 수사에 착수, 20여일만에 박씨 등 4명을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분이 불명확한 가짜 양주 유통은 심각한 불법 행위인데도 업계에 공공연하게 수법이 퍼져 있다”며 “다른 가짜 양주 원료 공급자나 이들로부터 양주를 매입한 유통업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