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규제 철폐' 학생들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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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http://idoo.net) 운영자 이준행(20.대학생)씨

"바리깡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는 두발 단속을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인권을 가르치다니, 말이 됩니까?"

최근 인터넷에서 청소년 두발규제 철폐운동이 한창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http://idoo.net)의 운영자 이준행(20.대학생)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두발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치기 어린 반항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인터넷상에서 '두발제한 폐지.학생인권보장' 서명운동을 주도해, 한달만에 5만7000명이 넘는 중.고생들의 서명을 받아냈다.

이같은 뜨거운 반응에 대해 이씨는 "두발규제는 인권침해라는 생각이 학생들 사이에 넒게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학교 2학년(신문방송학과)인 이씨가 다시 '중.고생 두발규제 철폐'운동에 나선 것은 이 운동을 촉발시킨 당사자로서 완전히 매듭을 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씨는 고교 1학년때인 2000년 자신이 만든 아이두 사이트를 통해 전국 중.고생 16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의 두발규제 완화 지침을 이끌어 냈다. 당시 이씨의 사이트에는 하루 20여만명의 네티즌이 방문했다.

▶ 두발단속으로 흉하게 잘린 머리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서명운동이나, 두발규제 반대 캠페인은 모두 후배 학생들이 주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다시 강화된 두발규제로 인해 각종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두발규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제2의 두발규제 철폐 서명운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된 두발규제 철폐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2000년보다 훨씬 뜨겁다.

서명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월 아이두 사이트의 동시 접속자가 서버 최대 용량인 3000여명에 달해,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씨는 "두발규제로 대표되는 학생인권 침해가 일진회나 왕따 등 청소년 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두발규제 등이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억압요인으로 작용해 분출구를 찾는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의 일탈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하나만 잘하면 대학간다'며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력을 존중해줬던 1990년대 후반에는 '왕따'나 '일진회' 등의 청소년 문제가 지금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씨는 " '이해찬 세대'의 경우 학력저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학생 벤처가 800여개에 달하고 청소년 창작활동이 번성하는 등 순기능이 많았다"며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어른들의 자세가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두발철폐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해 "요즘 청소년들은 다소 논리적인 면이 부족해 기성세대와 소통이 힘든 것 같다"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학교 유리창을 깨거나, 선생님에 대해 욕설을 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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