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두한 박지원씨 "문제있다면 다 내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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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대통령 특사로 참가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또 다시 그런 임무가 부여된다면 더 성실하게 임할 겁니다."

16일 오전 9시45분 특검사무실 입주 건물에 들어선 박지원씨는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들 주문에 이렇게 말했다.

질문과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진 4~5분간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담담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특검 수사를 받게 된 소회를 그는 "6.15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은 전 세계가 지지하는 것입니다.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어 "특검수사에 성실하고 당당하게 협조하겠다"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상회담 협상과정에 송금 논의가 있었느냐는 물음엔 "협상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라고 했다. 그의 출두에는 세 대의 검은 승용차에 나눠 탄 정장 차림의 남자 10여명이 수행했다. 개인비서와 친인척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의 모습에 특검팀 주변에선 또다시 'DJ의 장세동'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작 당사자인 朴씨는 '소통령'이라는 말과 함께 가장 듣기 싫어하는 별칭 중 하나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면서 보호하려 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임장혁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16일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대질신문을 위해 서울 대치동 특검으로 소환됐다. 특검 사무실 문앞에서 李전회장이 인터폰으로 관계자와 통화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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