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42. 북한의 악기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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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음악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가 악기개량과 악기의 조율법 그리고 악기편성 등과 같은 악기에 관련된 사항일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은 전통악기를 대대적으로 개량을 하였고, 또 악기의 조율법을 서양식의 12평균율로 통일하였다. 그리고 악기편성도 '주체적 관현악 편성 원칙'에 입각하도록 하였다. 주체적 관현악 편성이란, 민족악기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서양악기를 전면적으로 배합한 형태의 관현악 편성을 말하며, 북한의 악기편성은 주로 '주체적 관현악 편성 원칙'에 따르고 있다.

김정일의 악기편성론은 이 '주체적 관현악 편성 원칙'을 집대성 한 것이다. 즉 악기편성의 기본은 민족악기와 서양악기를 배합하는 것이고, 민족악기와 서양악기의 배합편성을 실현하는데서 중요한 것은 민족악기를 위주로 하고 민족악기의 역할을 적극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될 수 있는데로 민족악기나 서양악기만의 편성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김정일은 이어, 민족악기와 서양악기의 배합편성은 서양 관현악에 재래식의 민족악기를 흥미본위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민족악기를 위주로 하고 그 우월성을 내세우며 관현악을 비롯한 민족적인 앙상블 형식을 주체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배합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전자악기를 조건부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은 경음악의 경우 민족적 색갈을 살리는 조건 아래에서 전자악기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교향곡과 중주곡 같은데서는 될수록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쓰는 경우에는 극히 부분적으로 써야한다고 권하고 있다.

김정일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북한음악의 변모된 모습으로, 경음악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점과 전자악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전자악기를 사용한 경음악 가라오게는 크게 유행하고 있는 점도 변모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경음악은 향후 북한음악의 변화를 촉진시켜줄 매체로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경음악은 오락적인 통속성을 속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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