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수치 여사 석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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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회원국인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세력 탄압에 대해 침묵해온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아웅산 수치 여사의 연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수치 여사가 최대한 빨리 석방되기를 바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긴장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미얀마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M C 아바드 아세안 대변인은 "외무장관회의를 마무리하는 17일 이 사안과 관련된 공동성명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세안이 수치 여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내정 불간섭'이라는 기존의 정책에 미뤄 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경제적 제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세안은 지금까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아세안에서 회원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의사를 강력히 표현하면 회원국 중에서 사회 민주화가 덜 진척된 나라들은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인 베트남과 베트남보다는 민주적이지만 여전히 정치불안을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던 아세안이 이 같은 변화를 보이는 것은 상당부분 서구 국가들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19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아세안이 지금까지 회원국들의 문제에 대해 침묵해온 관행을 깨야 한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미얀마에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이날 "1997년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에서 은신처를 찾을 수 있다는 미국.유럽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은 미얀마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지만 '건설적인 변화를 지켜보며 기다리는'아세안의 정책은 6년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세안이 경제제재를 취한다 해도 중국.인도.방글라데시가 미얀마 군정에 대한 지원을 계속한다면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얀마가 계속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 것은 미국과 영국이 아무리 미얀마에 제재조치를 가해도 아세안이 이를 거들지 않고 회원국 간에 자유롭게 무역을 하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아세안의 태도 변화는 미얀마 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실제로 아세안이 이번 회의에서 채택할 공동성명이 미.유럽 국가들이 기대하는 '강력한 조치'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ABC 방송 등 일부 언론들은 옹 켕용 아세안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아세안은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원칙에 따라 수치 여사 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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