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닮고 싶었던 건축가 가우디, 서울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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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가우디의 사후 100주년인 2026년 완공 예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그의 사후 안식처이기도 하다. [사진 윤준환 작가]

1878년,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의 졸업식에서 교장은 한 학생에게 졸업장을 주며 말했다. “여러분, 제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광인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우리에게 말해줄 겁니다.”

 그 후 137년이 흘렀다. 천재 또는 광인이라 불리던 학생이 만든 건축물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전 세계인이 그의 작품을 보러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안토니 가우디(1852~1926)는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이자, 대표 건축가가 됐다.

 가우디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한 전시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안토니 가우디전(展)’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가우디의 모교인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의 가우디 연구기관, 카테드라 가우디의 공식 세계투어의 일환이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인간 가우디, 건축학도였던 가우디, 초창기 작품, 그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실업가 에우세비 구엘과의 인연 등이 펼쳐진다. 가우디의 건축·디자인 도면, 스케치, 당시 기록 사진, 건축 모형 등 작품 300여 점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시대를 앞섰던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가우디의 건축물은 당시 찬양과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가우디는 죽을 때까지 성당 건축에 헌신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완성된 것은 건물 입면 정도였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는 그의 사후에도 성당이 지어질 수 있게 수많은 도면과 모형을 남겼다. 하지만 너무나 전위적인 성당의 모습에 “포도주병과 닮은 아몬드형 첨탑”(조지 오웰)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구엘공원, 카사 밀라 등 그의 모든 건축물은 구불구불한 곡면으로 이뤄졌다. 나무와 곤충, 뱀 등 자연을 모티브로 삼아,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깼다.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그의 건축물은 지진에도 안전한 구조이기도 했다. 가우디의 신념은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였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건축가이자 예술가로 평생을 살았고, 전차에 치여 병원의 작은 침대에서 숨을 거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병원이었다. 성당을 짓던 중 잠시 짬을 내 저녁 기도를 하러 가다 당한 사고였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02-837-6611.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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