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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김정훈 “증인채택 심사 소위 만들고 속기록 공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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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정감사의 대표적 폐해로 지적돼 온 ‘묻지마 증인 신청’과 ‘불성실 질의’를 근절하기 위해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가 새누리당 김정훈(3선·부산 남갑·사진) 정책위의장이다. 그는 국감 첫날인 10일에도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국감 갑(甲)질은 국회의 부끄러운 자회상”이라고 강조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장은 “국감 때마다 되풀이되는 국회의 기업인 증인 채택 남용과 그로 인한 갈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증인 신청 실명제 도입을 요구했다. 김 의장이 말하는 증인 신청 실명제는 상임위에서 채택하기로 결정한 증인에 한해 증인 채택을 요구한 의원 명단과 사유를 공개하는 것이다. 증인 채택이 결정되기 전에 신청한 의원 이름이 공개되면 기업들의 로비가 우려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반대한 이도 공개” 이종걸 주장에 증인 신청 실명제+속기록 해법 제시
3년 전 증인 무작정 신청한 의원엔 이름 부르며 “왜 질의 안 하나요”

 새누리당이 증인 신청 실명제를 연일 이슈화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당 국감대책회의에서 “재벌 회장들의 출석을 막는 의원들이 누구인지 국민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증인 채택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했다. “증인 신청 실명제를 주장할 자격이 없는 새누리당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다. 그는 “재벌 총수만이 알고 있는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증인 채택 요구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응해야 한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증인석을 꽉 채워야 한다. 텅 비운 채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새누리당에 대한 반격 발언이긴 하지만 증인 신청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명단도 함께 공개하자는 말 속엔 증인 신청 실명제 도입이 전제돼 있다.

 야당의 주장과 관련, 김 의장은 증인 신청 실명제 도입과 함께 ‘상임위별 증인 채택 소위원회 구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의장은 “상임위별로 증인·참고인 심사소위를 구성하고 회의 속기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면 된다”며 “법률 검토를 마친 뒤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기록을 공개하면 반대하는 의원이 누구인지 공개되지 않느냐는 뜻이다.

 김 의장이 증인 신청 실명제에 ‘꽂힌’ 건 3년 전부터다. 2012년 7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은 김 의장은 “당시 한 의원이 증인을 여러 명 신청해 놓고 질의시간이 모자라면 한 마디도 묻지 않더라.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의장은 정무위원장 시절 “○○○증인을 신청하신 △△△의원님, 질의 안 하시나요”라며 증인을 신청한 의원의 이름을 둘러서 공개했다. 실제로 2013년 국회 정무위 국감 속기록에는 “(아모레퍼시픽 대표) 손영철 증인은 (새정치연합) 이상직 의원님도 신청이 돼 있는데 (질문을) 안 하실 거예요” “(롯데피에스넷 대표) 이정호 증인은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님께서 신청하셨는데 더 신문하실 겁니까”라는 김 의장의 발언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서승욱·김경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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