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 에너지밸리 투자 유치, 올해 목표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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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8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전력 본사 사옥. 조환익 한전 사장이 투자 협약서에 사인을 마친 뒤 LS산전 구자균 회장과 악수를 나눴다. 국내 전력에너지 분야 대기업인 LS산전이 빛가람 에너지밸리의 33번째 투자 기업이 되는 순간이었다. 에너지밸리는 지난해 말 나주로 본사를 옮긴 한전이 빛가람도시를 에너지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조성했다. 에너지를 주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일본의 도요타시처럼 특화된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

 LS산전 외에도 ABB코리아와 ㈜우진기전 등 25개 업체가 이날 한전과 에너지밸리 투자 협약을 맺었다. 한전은 지난 3월 보성파워텍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57개 기업을 광주·전남으로 유치했다. 현재까지 투자가 약속된 금액만 2476억원에 고용 창출 인원은 2373명에 달한다. 한전은 이날 협약식을 통해 올해 목표로 잡았던 50개 기업 유치를 초과 달성했다.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올 상반기 협약을 체결한 기업 32곳 중 16곳이 용지 계약이나 입주를 마칠 정도로 실제 투자 속도도 빠르다.

 대기업인 LS산전과 외국계 기업인 ABB코리아가 이날 투자를 약속하면서 투자 기업들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LS산전은 광주 도시첨단산업단지(가칭)에 600억원을 투자해 에너지밸리 조성을 돕는다. 1단계 사업은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태양광 시험실증센터를 구축한다. 2단계로는 전압형 HVDC나 DC 기기들의 시험·실증센터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ABB코리아는 HVDC와 신전력 송전 시스템(FACT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한전과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 베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이나 DC 배전, 사이버 보안 개발 사업도 추진한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코리아는 전력과 자동화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 중 하나다. 에너지밸리에 입주하는 기업들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으로 키우는 것도 이 회사의 역할 중 하나다. 중소기업이나 연구소 기업 등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 지원과 상호 협력을 통해서다.

 다양한 분야의 에너지 기업들이 속속 투자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에너지밸리 조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업종별 대기업과 외국기업·중소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기술 융합을 할 경우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LS산전처럼 규모가 큰 회사들은 연관 협력기업들의 동반 이전 효과도 클 것으로 한전 은 보고 있다. 조환익 사장은 “ 8개월 만에 50개 이상 기업을 유치한 여세를 몰아 에너지 특화 도시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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