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예물 구입 … 웨딩 유커 모시기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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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에 사는 천이(34)와 차이슈에팡(菜雪芳·30·여)은 최근 ‘혼수 쇼핑’을 하러 서울에 왔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바쉐론콘스탄틴 매장에서 1억원에 커플 시계를, 무역센터점 티파니 매장에서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6000만원에 구입했다. 예비 신부 차이는 “한국 사람들은 결혼 준비를 청담동에서 많이 한다더라”며 “중국인 전용 웨딩 컨설팅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샤오량(30)과 쉬징징(27·여) 커플은 지난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톰브라운 매장에 들러 1000만원짜리 남성 정장과 롤렉스 남녀 시계(1억5000만원) 등을 구입했다. 서울 청담동에서 웨딩 촬영을 앞두고 근처 백화점에서 커플 패션을 마련한 것이다.

 ‘큰 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예물용 보석·시계·최고급정장 등 고가 제품을 주로 쇼핑하는 ‘웨딩 유커’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곧 압구정 본점에 중국인 대상 웨딩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가전·가구 등을 구매한 유커 예비 부부를 위해 1인당 30㎏까지 무료로 포장해 중국 자택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지난달부터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유커가 면세점에서 구입한 제품을 중국 현지 공항에서 자택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외국인 전용 컨시어지 담당 이현숙(23)씨는 “최근 강남에 웨딩 컨설팅을 받으러 왔다는 유커의 문의가 많다”며 “한국인이 혼수로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꼼꼼히 물어보고 쇼핑을 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올 1~8월 은롄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티파니·까르띠에 등 해외 잡화부문은 91.3%, 가전·가구·생활소품은 134.1% 매출이 늘었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은 물론 이마트·조선호텔 등 주요 계열사가 함께 ‘웨딩 유커 마케팅’을 펼친다. 9~13일 중국 선양과 텐진의 상류층 예비 신혼부부 두 쌍을 초대해 한류스타 전지현 웨딩 화보를 촬영한 작가의 사진 등 ‘청담동 스·드·메(스튜디오 웨딩 촬영, 드레스·메이크업)’, 조선호텔 폐백, 이마트타운·아웃렛 쇼핑 등을 제공한다.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1인당 15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중국 결혼 성수기에 맞춰 한국식 웨딩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웨딩 유커 수요를 선점하겠다”며 “백화점에만 국한됐던 웨딩 유커 마케팅을 그룹 차원의 마케팅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 노동절 연휴(4월25일~5월3일) 동안 신세계백화점의 유커 매출 중 고가 시계와 보석, 명품 가방 등 예물용 상품의 비중은 60%였다.

 특급호텔도 웨딩 유커 모시기에 나섰다. 더플라자는 지난달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웨딩 패키지 ‘러브 이즈 더 모먼트’를 내놓았다. 레스토랑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한예슬·한효주 등 유명 여배우가 즐겨 찾는 메이크업숍 등과 연계한 ‘스·드·메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위트룸을 비롯해 호텔 곳곳에서 웨딩 촬영을 할 수 있다. 2박3일에 항공료 포함해 700만원이다. 더 플라자는 “젊은 VIP 중국인 고객이 한국의 세련된 웨딩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서울 역시 최고급 스·드·메 패키지와 레스토랑 프로포즈, 숙박, 스파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한 ‘로얄 로맨틱 패키지’를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에 나온 북촌마을·인사동·한강 등에서 야외 촬영을 할 수 있는 2박3일 상품이 1180만원이다.

 롯데호텔서울 정미숙 웨딩살롱 실장은 “최고급 서비스만으로 구성해 구매력이 큰 상위 1% 유커를 겨냥한 상품”이라며 “객실이나 레스토랑 뿐 아니라 유커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호텔이 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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