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 기자의 Eat, Play, Love] 엄마와 딸을 위한 따뜻한 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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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그린테이블 김은희 셰프]

엄마.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부르는 이름이자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 아닐까요. 어릴 때부터 무언가 필요할 때마다 찾게 되는 이름이기도 하고요. 나이들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만 해도 독립해 결혼한 지금도 고춧가루나 쌀같이 살림살이가 필요할 때는 기본이고 이사·육아 같은 일상 지방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봅니다. 그렇게 필요할 땐 제일 먼저 찾으면서 참 못되게 굽니다. 바쁠 때 걸려온 엄마 전화는 "바빠" 한 마디만 하고 끊어버리고요. 21개월 된 제 딸이 보고 싶다는 엄마 전화도 '씻기는 중이다' '밥 먹이는 중이다'며 끊어버립니다. 그러다 딸이 밥 투정에 땡깡 부리는 모습이 어린 시절 꽤나 예민했던 저와 겹쳐 보이면 절 키우느라 힘들었을 엄마 생각에 미안한 마음으로 슬쩍 전화를 겁니다. 저희 엄마는 딸 손끝에 물 한방울 안 묻히며 저를 키우셨습니다. "나중에 결혼하면 집안일 해야 하는데 엄마랑 살 때만이라도 편해야지" 요즘도 가끔 딸 집에 오면 청소부터 하십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존재라는 이유로 때론 못되게 굴고 퉁명스럽게 구는 딸들 많으시죠. 그런데 아마 그분들도 저처럼 문득 '엄마가 안 계시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 한편이 아릴 겁니다. 그래서 '잘해야지'라고 결심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칩니다.

저처럼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이 세상의 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서울 방배동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더그린테이블'의 6주년 행사입니다. 2009년 문을 열고 올해로 6년째 더그린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김은희 셰프가 10월 2일 6명의 딸들에게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준비했습니다. 6주년 기념 이벤트를 고민하던 김 셰프에게 프리미엄 푸드매거진『라망』의 장은실 편집장이 '엄마와 딸을 위한 따뜻한 식사'라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김 셰프는 "항상 일하는 중에도 자주 생각하게 되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나에게도 뜻 깊은 행사를 하게 되었다"며 기뻐했습니다.

따뜻한 자리에 함께하고 싶다면 우선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편지로 쓰셔야 합니다. 편지에는 엄마와의 추억, 엄마에게 그동안 못했던 말을 적으시면 좋겠죠.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함께 보내주셔도 됩니다. 자신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는 필수죠. 다 쓴 편지는 gtable@naver.com으로 9월19일까지 보내시면 됩니다. 이중 6분을을 뽑아 12명의 모녀를 10월 2일(금요일) '더그린테이블'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고 합니다. 김 셰프가 준비한 프랑스 코스 요리를 먹으며 엄마와 행복한 추억을 더하시기 바랍니다.

초대받지 못했다면 아쉬워하는 대신 올 가을엔 엄마 모시고 따뜻한 식사 한끼 해보시죠.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라는 이름을 내려놓는 그분에게 여자라는 이름을 되찾아줄 특별한 곳이면 더 좋겠죠. 저도 오늘은 웃으며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그리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옆에 계셔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할 겁니다.

강남통신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송정 기자의 Eat, Pla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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