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페라리 추돌’ 남편, 도박사이트 운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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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박모씨의 외도를 의심한 아내 이모씨가 지난 6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자신의 벤틀리 승용차로 들이받은 남편의 페라리 차량. [사진 강남경찰서]

지난 6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고가의 외제차 벤틀리·페라리 차량 간 고의 추돌사고를 일으켰던 부부 가운데 남편이 한때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관리·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수원지법에 따르면 추돌사고 당시 페라리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남편 박모(37)씨는 2011년 5월 말~2012년 4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개장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1년 가까이 현금을 사이버 머니로 바꿔 도박게임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지인들에게 충전과 환전 업무 등을 맡겼다. 박씨 등이 사이트 회원들로부터 입금받은 돈은 총 335억5700여만원에 달한다.

박씨 재판을 담당한 수원지법 형사6단독 송병훈 판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도박장을 개장했고, 범행 기간이 짧지 않으며 거래된 도박 금액 규모도 작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피고인이 총책이라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씨 부부의 직업과 재산에 대한 의혹은 지난 6월 23일 오전 4시께 고의 교통사고가 알려지면서 제기됐다. 당시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벤틀리 차량을 몰던 부인 이모(28)씨는 신호 대기 중이던 남편 박씨의 페라리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평소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왔고, 술을 마시고 홧김에 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씨가 몰던 벤틀리 컨티넨탈GT가 약 3억원, 박씨의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가 약 5억원에 거래되는 외제차라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박씨가 피의자가 아니어서 전과 조회를 할 수 없었고 박씨의 재산이나 수입이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서울지방국세청 등 세무당국이 박씨가 탈세를 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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