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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연락두절” … 해경, 40분간 신고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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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낚싯배 돌고래호 연락두절 소식을 들은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약 40분간 이 같은 신고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돌고래호와 연락이 끊겼다고 처음 신고한 돌고래1호 정모(41) 선장은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5일 오후 8시쯤 추자항에 있는 해경 추자안전센터 추자출장소를 직접 찾아가 돌고래호와 연락이 끊긴 사실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정 선장이 오후 8시40분쯤 추자안전센터에 신고했다”는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의 6일 공식 발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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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해경은 “정 선장이 직접 찾아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혼잣말 하듯이 얘기해 정식 신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해경 조치가 없자 오후 8시25분 정 선장은 다시 추자출장소를 찾아 “계속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출장소 측은 오후 8시40분 추자안전센터에 공식 보고했다. 안전센터는 오후 9시3분 제주해경본부에 보고했으며, 해경은 오후 9시10분 구조대를 사고 해역에 보냈다. 정 선장이 처음 연락 두절 사실을 밝힌 시각은 구조 출동 1시간10분 전으로 해경이 공식 발표한 신고 접수 시간보다 40분 빠르다.

한국해양대 공길영(해양학) 교수는 “사고 당일처럼 물살이 빠른 시기에 40분은 실종 선박의 위치를 좀 더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대”라며 “정 선장이 처음 연락 두절 사실을 밝힌 시점에 적극 대응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고래호는 비바람 때문에 지난 5일 오후 7시쯤 낚시 일정을 일찍 마무리한 레저객들을 태우고 제주 추자도 신양항을 떠나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향했다가 출발 38분 뒤 연락이 두절됐다. 해경과 해군 함정 36척과 항공기 5대 등 구조단이 나섰지만 돌고래호는 6일 오전 6시40분에야 인근을 지나던 어선 ‘97홍성호’(9.77t)에 발견됐다. 당시 돌고래호에 매달려 있던 이모(47)씨 등 3명이 구조됐다.

 해경 등은 이날 오후 11시까지 사망자 10명을 찾아냈다. 실종자 수는 불명확하다. 돌고래호가 제출한 승선자 명단이 실제와 달라서다. 해경은 승선자가 최소 21명, 실종자는 최소 8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은 이날 사고 해역 주변을 밤샘 수색했다.

제주=차상은·손국희 기자, 해남=최경호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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