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남자 세계 4위 아내는 영화만 그렇대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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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이기홍. 그가 연기한 캐릭터 민호는 거대한 미로에 갇혀 지낸 1편에선 거칠고 반항적이었던 반면, 오는 17일 개봉하는 2편에선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 이기홍(29·미국명 기홍 리)이 내한했다. 배우가 된 뒤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건 처음이다. 지난해 국내 개봉해 280만 명의 관객을 모은 ‘메이즈 러너’(웨스 볼 감독)에서 미로에 갇힌 소년들을 이끄는 민호 역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제임스 대시너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메이즈 러너’는 이유도 모르고 거대한 공간 속에 갇힌 10대들의 생존 투쟁기를 담은 SF 스릴러.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리즈의 2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웨스 볼 감독, 이하 ‘메이즈 러너2’)에서도 그의 활약이 이어진다.

 3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7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유창하지만, “대박나길 바랍니다”라며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메이즈 러너2’는 미로를 가까스로 탈출한 소년들이 또다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전편에서 다소 거친 면모를 보여줬던 민호는 이번 편에선 유머와 카리스마를 함께 갖춘 듬직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책임감 있고 강한 아시아인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3일 ‘메이즈 러너2’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연배우 토마스 생스터(왼쪽)와 이기홍. [사진 뉴시스]

 지난해 ‘메이즈 러너’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기홍은 미국 피플지에서 꼽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아내가 민호는 섹시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며 “아내 말이 맞다(웃음)”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고교 동창과 결혼했다.

 이기홍은 지난해 1편이 개봉된 뒤 1년여 동안 미국에서 다양한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한 스릴러 ‘더 스탠포드 프리즌 엑스페리먼트’(카일 패트릭 알바레즈 감독)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미국 TV드라마 ‘더 위스퍼스’(2015~, ABC)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동양인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만날 기회는 여전히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인 배우들은 여전히 오타쿠나 모범생 등 정형화된 캐릭터로만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는 “가능한 한 동양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다”며 “연출·각본·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더 많은 동양인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영화 제작에도 직접 참여할 계획이다.

 이기홍은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는 사진을 올리고 “한국팬들 대박”이라는 글을 연달아 남기며 들뜬 기분을 한껏 표현했다.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그가 대답했다. “한국에서 어릴 적 친구들과 눈싸움을 했던 게 기억난다. 눈이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가끔 그때가 그리웠다. 꼭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을 만나 기쁘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joongang.co.kr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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