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 열병식] 인해전술서 첨단무기로, 군사력 더 키우겠다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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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3일 열병식에서 최신무기들을 동원해 군사력을 과시했다. 미국의 본토 공격이 가능한 둥펑(東風)-31A 다탄두 전략핵미사일(사거리 1만1200㎞) 발사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1959년 10월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건국 10주년 열병식. 마오쩌둥이 사열을 했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도 참석했다.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인민해방군 30만 명 감축’ 발언은 중국군이 과거 인해전술을 탈피해 군을 현대화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이미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시기인 1985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200만 명 넘는 병력을 감축했다. 현대화·정예화된 전력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번 감축 발언도 감군(減軍)이 아니라 강군(强軍)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병력감축 선언은 그동안 추진해 온 군 현대화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정예화·디지털화 같은 전력의 질적 강화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실상 군사력을 더 키우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신 대표는 “병력 유지 비용을 최첨단·자동화 무기에 투자한다면 보다 현대화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도 “전력 현대화를 위한 병력 감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로리 매드캘프 호주국립대 국가안보대학원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민해방군의 자원이 전통적인 육군에서 현대화 전력으로 이동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BBC도 “중국의 병력 감축이 군사력 약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며 중국은 이미 해·공군 전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열병식 후 기자회견에서 “정예화·고효율화가 군사정책의 기본방향”이라며 “노후장비 부대와 비전투 부대 등을 대상으로 2017년까지 단계적 감축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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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축이 완료되면 중국군 병력 수는 233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줄어든다. 80년대부터 병력을 감축한 미군은 현재 149만 명, 러시아도 78만 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현대전 승패를 좌우하는 핵전력과 항모전단, 미사일 시스템에선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크게 뒤져 있다.

 시 주석의 병력 감축 발언 속엔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미국과 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웨이웨이(張維爲) 푸단(復旦)대 정치학 교수는 3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군사력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에 평화를 지향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평화라는 점 역시 담긴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병력이 과도한 육군과 부패 문제가 많은 문예병(文藝兵·연예사병)은 줄이고 해·공군과 사이버부대는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CTV의 쑹샤우쥔(宋曉軍) 군사평론가도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대형 열병식 후 병력 감축 약속을 하는 건 일종의 관행”이라며 “덩샤오핑이 84년 건국 35주년 열병식 후 85년에 100만 명을 감축했고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도 군 현대화를 위해 병력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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