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사실 숨겨준 가족들 형사처벌

중앙일보

입력

자신들의 소변을 몰래 건네 마약 투약 증거를 조작하도록 도운 혐의로 가족 3명이 검찰에 적발돼 기소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3일 마약 매수 및 투약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정모(40)씨의 부인 전모(39)씨와 누나(43), 어머니 이모(71)씨 등 3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정씨에게는 증거 조작 혐의를 추가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16일 부인 전씨의 가정폭력 신고로 경찰지구대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필로폰 매수 혐의로 지명수배된 사실이 드러나 체포됐다. 당시 부인 전씨는 남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감추기 위해 “소변을 소형 약통에 대신 받아달라”고 정씨의 누나와 어머니에게 요청했다. 정씨는 이를 건네받은 뒤 검찰 마약수사관에게 제출했다. 이후 이 소변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정씨는 마약 투약 혐의까지 추가돼 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적이 있어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라며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다이어트 약 복용으로는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을 토대로 정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이후 지난 3월 열린 2심 재판에서 뒤늦게 자신의 소변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DNA 감정을 요청했다. 경찰에 체포되기 전 마약 투약 사실을 숨기려고 이 같은 방법으로 소변을 바뀌치기 한 내용을 자백했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당시 제출된 소변이 정씨의 누나와 어머니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립될 수 있도록 증거 조작 행위와 가짜 진범을 내세우는 범인도피 행위, 위증과 무고 사범 등을 엄단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정부지검은 지난 1∼8월 진범이 아닌데도 진범인 척 행세한 가짜 범인 18명을 범인 도피 혐의로, 진범 행세를 부탁한 진범 21명을 범인 도피교사 혐의로 각각 적발했다. 이 중 5명을 구속기소하고 32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2명은 수사 중이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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