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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역사의 터키 전통 캘리그라피 … 서예 멋 아는 한국인과 나누고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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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터키의 전통 캘리그라피 작가 분야민 크나즈가 이스탄불의 명소가 그려진 종이에 ‘실크로드 경주와 이스탄불’이라고 쓴 뒤 그 아래 관광객의 이름을 영문으로 썼다. [송의호 기자]

지난 1일 경상북도가 열고 있는 경주 보문단지 실크로드 축제장. 가운데 자리 잡은 그랜드 바자르에서 터키의 장인이 나무 펜에 잉크를 묻혀 글씨를 쓴다. 이스탄불에서 온 분야민 크나즈(33)가 뭉툭해 보이는 펜을 슬쩍 휘두를 때마다 글씨는 그대로 예술이 됐다. 터키의 전통 캘리그라피다. 아랍권도 한·중·일 동양 3국처럼 서예가 예술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나던 관람객들은 작업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영어로 이름을 써 주고 일필휘지를 부탁한다. 글씨를 받느라 줄을 서야 할 정도다.

 크나즈는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전통 캘리그라피 작가다. 그는 본래 세라믹에 글씨를 쓰다가 전통 캘리그라피 장인을 만나면서 이 길로 들어섰다. 12년째다. 크나즈는 현재 이스탄불시가 전통 예술을 지키고 시민들에게 보급하는 프로그램(ISMEK)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스탄불 시내에만 130여 곳에서 무료로 교육이 이뤄지는 세계 최대 전통 예술 교육기관이라고 한다.

 크나즈는 “한국에 서예가 있다면 터키엔 전통 캘리그라피가 있다”며 “코란을 쓸 때부터 시작된 1000년 역사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성스런 코란을 예쁘게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코란은 메카에서 써졌고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읽혔으며 이스탄불에서 가장 예쁘게 쓰였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스탄불은 전통 캘리그라피의 본고장”이라고 덧붙였다.

터키는 오스만제국 시절만 해도 아랍어 캘리그라피인 ‘핫’(Hat)을 썼다. 그 뒤 케말 아타튀르크가 터키 문자를 라틴 알파벳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캘리그라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핫은 라틴 알파벳 캘리그라피보다 쓰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크나즈는 “우리는 글씨를 쓸 때 손목만 쓰는데 먹과 붓을 사용하는 한국 서예는 손목과 어깨를 모두 쓰는 것 같다”며 “시간을 내 한국 서예를 많이 보겠다”고 말했다.

경주=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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