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직전 허위로 대출'…검찰 1437억여원대 신용보증기금 대출 사기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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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은 뒤 물품 거래를 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은행에서 사기 대출을 받아온 혐의로 중소업체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편취한 금액은 1437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손준성)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B2B(Business to Business) 대출보증’을 받은 뒤, 실제 물품을 거래하지 않고 허위로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해 은행에서 대출금을 반복적으로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중소기업 대표 등 124명을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이중 26명을 구속기소하고 7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식품회사 A사 대표 양모(53·구속기소)씨 등 50여개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물품 거래 내역을 꾸며 은행으로부터 수억~수십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은행으로부터 사기로 대출받은 금액은 1437억원 상당으로 신용보증기금에 끼친 손실액은 475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말했다.

이들이 이용한 ‘B2B 대출’은 기업 간에 물품을 거래할 때 구매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인터넷에 개설된 중개업체(e-MP) 사이트에 거래정보를 입력하면 은행이 물품 대금을 대출해줘 3~6개월 뒤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신용보증기금에서 먼저 갚은 뒤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당초 중소기업의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중소기업들은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부도 직전에 허위대출을 집중적으로 받아 돈을 빼돌리거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거래내역을 조작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종업계 업체가 짜고 돌아가며 서로 물품 구입을 해준 것처럼 꾸미거나 하도급업체에 미수금 등을 빌미로 허위 서류를 꾸미도록 이른바 ‘갑의 횡포’를 부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형사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B2B 구매자금 대출과 관련해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법무부 및 대검찰청 등에 제도개선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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