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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방범창 무료설치

중앙일보

입력

대전시 서구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정림원은 지난달 12일 방충망 15개를 모두 교체했다. 방충망이 낡거나 망가져서 바꾼 게 아니다. 이날 새로 설치한 방충망은 방범창 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특수 장치다. 대전시 중구 안영동 ㈜성광유니텍이 만든 스마트방범창(윈가드)이다. 성광유니텍 윤준호(40)대표는 이날 직원 8명과 정림원을 찾아 방충망을 무료로 교체해 줬다. 15개 방충망 값은 약 400만원으로 일반 방충망의 4배 정도 된다.

윤 대표는 오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천사보육원에도 스마트방범창을 설치하기로 했다. 윤 대표는 “앞으로 전국의 어린이 복지시설가운데 매달 한곳씩 선정해 무료로 시공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광유니텍은 1964년 설립된 창호 전문 제조회사다. 세종대 호텔관광학과를 나온 윤 대표는 97년 부친(71)에게 회사를 넘겨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3년간 재활치료를 하면서 몸이 아프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틈틈이 전 직원 75명과 함께 도시락을 구입해 장애인 복지관에 전달하거나 연탄나르기·집수리 봉사활동을 해왔다. 윤 대표는 “스마트 방범창 설치도 지금까지 해온 자원봉사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기존에 팔아오던 방충망이 찢어지거나 쉽게 창에서 떨어져 나가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자 6년전 스마트방범창 개발을 시작했다. 3년전 본격 시판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마트 방범창의 모양은 기존 방충망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t무게에도 견딜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자동으로 방범창 가능까지 한다. 빈집털이나 추락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튼튼함의 비결은 특수 제작한 망과 망을 프레임에 고정하는 기술에 있다. 망의 철사는 스텐레스 합금이다. 굵기도 일반 방충망 철사(0.7mm)에 비해 3배 정도 굵다. 또 프레임에서 망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프레임과 망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기능을 결합했다. 방충망은 밖에서는 열리지 않게 설계가 돼 있다. 방충망에 충격을 가하면 스마트폰에서 자동으로 경보음이 들린다. 해충의 접근을 막기 위해 자체 개발한 도료도 망에 발랐다. 옻나무서 추출한 우루시올 성분인데, 이를 바르면 특유의 향이 나와 모기 등 해충을 쫓는다고 한다. 도료의 유효기간은 약 6년이다. 정림원 이경애 원장은 “스마트 방범창을 설치한 이후 혹시 모를 외부인의 무단 침입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스마트방범창은 2013년 정부에서 창조경제 대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창조경제 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스마트 방범창에 대해 “전통 기술에 ICT기술을 접목한 창조경제 모범사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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