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의 힘, 작은 것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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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 20면

Untitled (“Infinity” suspended B01-1.1·detail)(2015), 높이 244 x지름 80cm

Installation view of solo exhibition(2015)

Untitled (“Infinity” suspended A01-1)(Detail)(2015)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 이불(51)이 이번에 새로 선보인 작품들은 지금까지 추구해온 거대 서사류와는 대척점에 있다. 지금까지의 작품 대부분이 크고 무채색이었다면, 이번엔 작고 섬세하며 심지어 알록달록하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는 형상을 인식시키기 위해 색을 배제해왔다. 왜냐하면 색에는 그 자체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칼라를 사용한다는 것은 내겐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였다. 신작에서는 폼과 칼라가 합쳐지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의미에 집중해보시라.” 전시장 곳곳에 매달려있는 ‘인피니티(Infinity)’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넉넉한 치마 같은 작품의 내부로 쑥 얼굴을 들이밀어야 한다. 그 아늑한 공간에서 양면 거울과 LED 조명과 크리스털 구조물과 뭔지 모를 텍스트와 이미지는 하나가 돼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환상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불의 이불 속 세상이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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